젊은 역사토론… 백열등만큼 뜨거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0일 03시 00분


샌델 - 韓中日대학생 ‘역사토론’
韓 “위안부 문제는 현재진행형” vs 日 “조상들 잘못 책임지라니 난감”
韓中日 대학생, 日 NHK ‘샌델 교수 백열 교실’ 녹화 현장

《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한중일 3국 대학생을 일본 도쿄(東京) NHK 스튜디오로 초청했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 역사 교과서 논란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처럼 동아시아 3국 관계를 냉랭하게 만든 ‘뜨거운’ 현안에 대해 불꽃 토론을 벌인 NHK ‘마이클 샌델의 백열교실’의 16일 녹화현장을 국내 언론사 중 유일하게 취재했다. 》

16일 일본 도쿄 시부야 NHK 스튜디오에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운데 서 있는 이)의 사회로 진행된 ‘마이클 샌델의 백열교실’ 녹화 현장. 한국(오른쪽) 중국(왼쪽), 일본(가운데) 3국의 대학생들이 샌델 교수가 던진 질문에 대해 색깔 손팻말로 즉석 투표를 하고 있다. 도쿄=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16일 일본 도쿄 시부야 NHK 스튜디오에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운데 서 있는 이)의 사회로 진행된 ‘마이클 샌델의 백열교실’ 녹화 현장. 한국(오른쪽) 중국(왼쪽), 일본(가운데) 3국의 대학생들이 샌델 교수가 던진 질문에 대해 색깔 손팻말로 즉석 투표를 하고 있다. 도쿄=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난징대학살도 부인하고, 중국 침략도 ‘서구 열강으로부터 중국을 보호하려면 불가피했다’는 궤변을 펴는 사람이 아직도 일본에는 있지 않나요?”(중국 대학생)

“과거 잘못은 물론 사과해야죠. 하지만 언제까지 과거에 매여 있어야 하나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일본 대학생)

“고노 담화를 수정하려는 일본 정치인들을 보면 지난날 일본이 한 사과조차 진정성을 의심하게 돼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흘러간 과거사가 아닌 여전히 진행 중인 현재의 문제입니다.”(한국 대학생)

16일 일본 도쿄(東京) 시부야에 위치한 NHK 스튜디오.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둘러싼 한중일 3국 대학생들의 치열한 논쟁으로 스튜디오 공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011년부터 대학생과 진행하는 NHK의 TV토론 프로그램 ‘마이클 샌델의 백열(白熱)교실’ 현장이다. 토론을 통해 백열등처럼 문제를 환히 밝히자는 취지로 붙인 제목이다.

이날 녹화에는 일본 도쿄대와 게이오(慶應)대, 중국 푸단(復旦)대, 한국 아산서원 소속 대학생이 8명씩 나서 영어로 토론을 벌였다. 원래 과거사 문제는 다루지 않을 계획이었다. 토론이 과열될 것을 우려한 NHK가 3국 학생의 꿈이나 고민 같은 ‘말랑한’ 소재를 다루려 했던 것. 하지만 샌델 교수가 “실존하는 갈등을 없는 척하면 오히려 갈등이 커진다”고 주장해 민감한 과거사도 함께 다루기로 했다. 이날 녹화 현장에는 영국 BBC 라디오 제작진도 찾아와 토론 내용을 녹음하며 관심을 보였다.

녹화 초반에는 일본의 전쟁 책임 회피와 과거사 왜곡을 비판하는 한중 양국 학생들의 파상공세에 일본 학생들은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한 일본인 참가자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저지른 조상들의 잘못을 어떻게 책임지라는 것인지 솔직히 난감하다”고 할 정도였다.

샌델 교수는 토론이 겉돌 기미를 보이자 “과거 세대의 잘못에 대한 현 세대의 책임 여부와 책임의 범위에 대해 얘기해 보자”며 현안을 윤리적, 철학적 문제와 연결시켰다.

국수주의적 역사 기술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한국 대표가 “일본을 비판하는 우리 교과서도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현지 여성에게 저지른 인권침해는 외면한다”고 하자, 중국 참가자도 “중국 교과서 역시 대약진운동이나 문화대혁명 시기 정부의 과오나 부작용에 침묵하기는 마찬가지”라고 거들었다.

4시간 가까운 녹화를 마친 뒤 샌델 교수는 “합의를 이루진 못했지만 민감한 현안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상호 이해를 넓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가한 도쿄대 박사과정의 야마베 에리코(山部惠理子·30) 씨는 “처음에는 방어적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편히 의견을 나눴다”며 “일본에 대한 한국과 중국 친구의 솔직한 생각을 접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국 푸단대생 리허우포(李厚朴·25) 씨도 “3국 학생들이 차이도 많지만 공통점도 많다는 걸 느꼈다”며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면 평화롭게 풀지 못할 갈등도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국 측 참가자인 최윤혜 씨(23·성균관대)는 “샌델 교수의 사회가 아니더라도 이런 토론이 정례화되면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녹화분은 5월 중순경 NHK 교육채널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최근 고위층 인사들의 잇따른 실언으로 도마에 오른 NHK가 이날 토론 내용을 어떻게 편집해 보도할지도 주목된다.

도쿄=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NHK#백열교실#마이크 샌델#위안부#난징대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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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4-03-20 20:18:32

    베트남전 당시 여성에게 저지른 인권문제가 뭔가? 정확한 팩트를 제시해야지 어디서 지나가는 얘기 귀동냥으로 듣고 국군을 능욕하려고 하지? 쟨 뭐하는 아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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