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보다 뜨거운 크림… 북핵-韓日과거사 놓고 파워게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0일 03시 00분


[‘강대국 각축장’ 핵안보정상회의]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없는 세계’를 위한 세계 정상들의 의견수렴장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지구촌 곳곳의 갈등과 분쟁이 노출되는 권력정치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4월 미국 워싱턴 1차 회의는 천안함 폭침사건 직후에 열렸고 2012년 3월 서울 2차 회의 직후에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이 회의를 전후로 한반도는 위기 국면이었다.

이번 회의는 러시아의 크림자치공화국 합병이라는 글로벌 분쟁의 정점에 열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구 차원의 비핵화와 핵 안전, 핵 안보를 화두로 이 회의를 만들었지만 ‘세계 경찰국가 미국의 쇠퇴’가 불러온 분쟁을 봉합하기 위한 ‘번외 일정’으로 분주하게 됐다.

○ 크림 반도 갈등…G7 vs 러시아

오바마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소집한 헤이그 주요 7개국(G7) 및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이 이끄는 서방의 반(反)러시아 진영이 세를 결집해 과시하는 가장 큰 행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이미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에서 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정상은 이번 긴급회의에서 러시아를 겨냥한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7일 발표된 미국과 EU의 러시아 제재가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열려 러시아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단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방이 러시아의 행보를 돌릴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53개 회원국의 일원인 러시아는 ‘국제법과 유엔 헌장 위반국’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냉랭한 분위기가 감도는 전체회의장에서 마주할 판이다. 전격적인 양자 회동 가능성도 없지 않다.

○ 북한 핵·인권 문제…미중 갈등 재연 우려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의제는 단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 타격 과녁은 미국”이라며 미국 쪽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퍼부었고 중국 6자회담 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최근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우 대표가 방북 결과를 시 주석에게 보고하고 시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이를 공유하는 식으로 북한 의사가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태도를 바꿀 만한 새로운 제안을 북한이 내놓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최종 보고서가 안보리에 상정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을 시사했다.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슈둥(賈秀東)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미중 양국의 견해차가 커 각자의 주장만 표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중-러 관계는 5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역사상 가장 좋은 우호 관계’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긴밀하다.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진행된 ‘크림공화국 주민투표 무효’ 결의안 표결에서 중국은 기권표를 던져 러시아에 ‘소극적 지지’를 보낸 바 있다.

○ 일본 과거사 왜곡 갈등…한미일 머리 맞대나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담 형식으로 마주 앉는다면 다음 달 4월 아시아 방문을 앞두고 직접 양국 화해를 주선하는 모양새가 된다. 재정난으로 해외 무력 개입을 줄이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 확장에 직면한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한미일 3각 공조체제 강화가 절실하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돼 아시아·태평양 정책에 어려움을 겪은 미국은 직간접 경로를 통해 아베 총리의 태도 변화를 촉구해 왔다. 헤이그에서 한일 정상의 만남이 실현되면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외교 당국 간의 물밑 접촉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미국이 요구하는 실험용 플루토늄 반환 문제를 이번 회의에서 언급할 예정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모든 원전이 멈춰선 일본에서 핵폐기물 재처리 공장을 가동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은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베이징=구자룡 · 도쿄=배극인 특파원
#핵안보정상회의#북핵#한일과거사#크림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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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추천 많은 댓글

  • 2014-03-20 05:03:17

    북핵은 반드시 핵결해야 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 2014-03-20 05:57:22

    크림 주민투표 무효에 기권한 중국아,니들이 타고 앉은 소수 민족들이 독립하고자 하면 니들도 언제든지 독립시켜 주어야 한다. 핵 안보 문제는 세계 평화와 직결되므로 안보리제재로라도 북한의 핵은 제거해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도 거부권 행사하면 니들도 결국 피해 볼날이 온다

  • 2014-03-20 09:56:27

    아베 사탕발림 몇마디에 넘어(정상회담)가선 안된다 역사왜곡 사죄하고 위안부 활머니들에게 사과 확실히 하고 난 다음 생각 해 봐야한다 정상회담 이루워지지 않으면! 일본만 고립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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