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문한 헤이글 美국방
“中-日간 센카쿠 영유권 분쟁서 美日안보공약 결코 안흔들려”
크림서 흠집난 위상 의식한듯… 北위협엔 이지스함 늘려 대응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안보 공약을 확인하며 중국과 북한 견제에 나섰다.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일방적으로 합병한 것과 같은 사태가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아시아 국가들을 적극 지원해 그동안 ‘공허한 수사’라는 비난을 받아온 ‘피봇 투 아시아(아시아 중시)’ 정책을 강화하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5일 일본을 방문한 헤이글 장관은 “중일 간 센카쿠 영유권 분쟁에서 미국의 대일(對日) 안보 공약 지지는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러시아의 일방적인 크림 합병에 미국이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자 센카쿠 분쟁이 촉발돼도 미국이 중국에 맞서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돼 왔다. 헤이글 장관은 도쿄(東京) 도착 전 비행기 안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미국의 일본 안보 공약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2주일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더욱 확실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헤이글 장관은 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환영한다”며 공개적으로 지지의 뜻을 밝혔다.
헤이글 장관은 다음 날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에서 탄도미사일 대처 능력을 갖춘 이지스함 2척을 2017년까지 일본에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미군이 일본에 배치하는 이지스함은 모두 7척으로 늘어난다. 헤이글 장관은 일본에 이지스함 2척을 추가 배치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국 외교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전략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헤이글 장관은 중국을 겨냥한 듯 “힘을 배경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혀 일본 측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앞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는 3일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일부 아시아 국가가 ‘중국이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선례로 삼아 무력으로 영토적 이익을 달성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중국은 경제적 보복 가능성 때문에 무력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중국이 필리핀의 섬을 무력으로 점령하면 미국은 필리핀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고위 관리가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언급하거나 중국의 실력 행사를 겨냥해 다른 나라를 돕는 형식으로 대응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고위 관리들의 일본 필리핀 지지 발언에 대해 “중국이 아시아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주변국과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크림 합병이 신경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크림 사태를 계기로 아시아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고 있지만 위기에 빠진 아시아 중시 정책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위기와 국방예산 감축,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 간 균열로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은 국제무대에서 이미 상당 부분 설득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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