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상한 주주승인 의무화 추진
佛 CEO 급여 6년새 2배로… 영국은 일반직원과 133배 차이
“소득 불평등 커져 경제성장 저해”
유럽연합(EU)이 기업 임원과 일반 직원의 천문학적인 보수 격차를 개혁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앞으로 EU 28개 회원국의 상장기업 1만여 곳에서 일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보수 상한선을 주주들이 승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시장·서비스담당 집행위원은 9일 “2006년에서 2012년 사이에 프랑스 주가는 평균 34%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상장기업 임원 보수는 94%나 증가했다”며 “임원 급여와 성과 간의 연관성이 부족하고 소득 불평등 심화가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에 따르면 회원국 기업들은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주주총회가 CEO의 임금을 제한할 수 있는 표결권을 갖도록 했다. 또 주주들은 매년 임원과 직원들의 임금 격차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받도록 했다. 이 보고에는 임원들의 보수 수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가 담겨 있어야 한다.
영국의 경영진 연봉 추적단체인 ‘하이 페이 센터’는 올 1월 보고서에서 영국 런던 증시인 FTSE의 상장기업 100곳의 임원들 연봉이 평균 430만 파운드(약 75억 원)로 일반 직원의 2만6500파운드(약 4600만 원)의 133배였다고 밝혔다. 보수 격차는 2002년 107배보다 더 늘어났다. 미국의 보수 격차는 평균 270배(2012년 350개 대기업 기준)에 이른다. 이 단체는 “영국의 CEO들은 일반 직원들이 1년 동안 버는 연봉을 2.5일에 얻는다. 임금 격차가 큰 회사에서 노동쟁의, 질병, 이직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EU는 이미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봉 50만 유로가 넘는 은행권 임원에게 보너스가 연봉의 2배를 넘지 않도록 규제해왔다. 이 규정은 EU에서 활동하는 은행뿐만 아니라 글로벌 헤지펀드 투자회사에도 적용됐다. 지난해 스위스에서는 CEO와 직원 간의 보수 격차를 12배 이내로 강제하는 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그러나 “스위스 기업이 국외로 빠져나가고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반론이 우세해 부결됐다.
현재 EU 13개국이 주주들에게 임원진의 보수를 제한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있지만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또 영국은 보너스 한도를 놓고 법정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은행권은 보너스 대신에 임원의 고정 급여 인상이나 수당 지급 등 다른 형태로 보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바르니에 EU 집행위원은 “임금 격차를 해소하려는 각국의 노력이 불충분하다. EU 역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에 대해 공통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임원 보수 제한 방침에 대한 반론도 일고 있다. 헨드릭 뒤토이 영국 인베스트애셋 대표는 “유럽 기업의 경쟁력에 불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매슈 펠 영국산업연맹(CBI) 경쟁시장 담당 디렉터는 “주주들이 회사의 임금구조에 시시콜콜 관여하기 시작하면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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