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루피화 가치가 13% 가까이 떨어지고 경상수지 적자가 심해졌던 인도 경제가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복지 대신 경기부양을 앞세운 총리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밀려들어 증시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1일 인도 뭄바이 증시 센섹스지수는 전일 대비 0.60% 상승한 22,764.83으로, 우량주 중심의 니프티지수는 6,816.65로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였다. 22일도 오후 6시 현재 두 지수 모두 상승 중이다.
○ ‘모디노믹스’ 기대감
지난해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42억 달러(약 4조3625억 원)로 전 분기보다 10억 달러 감소했다.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도 올 들어 3%나 오르는 등 최근 인도의 경기지표가 안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인도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데는 ‘친(親)시장 경제’를 앞세운 총리의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5월 12일까지 실시되는 인도 총선에서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 총리 후보 나렌드라 모디 구자라트 주지사(64)가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는 복지정책 대신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워 젊은 세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항만 건설, 외국인 직접투자 개방분야 확대, 대규모 철도 프로젝트, 신도시 100곳 건설 등 뚜렷한 성장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팀 부연구위원은 “친시장, 친기업 성향의 인도국민당이 10년 만에 집권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며 “모디 주지사가 당선되면 인도 경제의 회복을 위한 각종 규제 철폐 및 완화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미 인도 금융시장은 ‘모디노믹스(Modinomics·모디 주지사의 경제정책)’ 효과로 들썩이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새 정부의 정책이 인프라 투자와 자본 지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인프라, 건설, 은행주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연초 이후 인도 증시로 순유입된 자금은 48억400만 달러(약 5조 원)로 대만(51억270만 달러)과 함께 외국인 자금이 가장 많이 몰렸다. ○ 브릭스 중 선두주자로 떠오르나
인도 경제가 살아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주춤했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다시 살아날지도 국제 금융계의 관심거리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브릭스 가운데 가장 빨리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경제채널 CNBC는 ‘브릭스 최후의 생존자’라는 기사에서 “최근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 브릭스 국가 중 인도 경제의 전망을 가장 밝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연초 이후 증시 수익률을 보면 4개국 중 인도의 성적이 가장 뛰어나다. 연초 이후 인도 센섹스지수는 7.53% 오른 반면 브라질(1.17%) 중국(―2.37%) 러시아(―17.66%)는 저조하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해 신흥국 위기의 중심에 서 있던 인도 경제가 호전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도의 내수가 좋진 않지만 작년 8월 이후 수출이 회복되면서 올해는 5.4%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많다. 브릭스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기에는 중국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경제구조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총선 이후 경제개혁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져 있고 현재 증시가 과열 상태라는 전망도 있다.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야당이 이끄는 연립정부에 대한 주정부의 지지율이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새 정부가 투자자들의 기대만큼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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