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꿈은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연결된 세상입니다. 특히 세계 71억 명 가운데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는 44억 명에게 유·무선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라는 꿈과 희망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쉬즈쥔(徐直軍) 화웨이(華爲) 순회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중국 선전(深(수,천))에서 열린 ‘글로벌애널리스트서밋 2014(GAS 2014)’에서 회사 비전을 이렇게 소개했다. 중국 내수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 대한 노림수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 행사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더 나은 연결 사회(A better connected world)’라는 주제로 인텔, 퀄컴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미디어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중국 통신 전문기업 화웨이가 실적과 비전을 밝히는 행사로 올해로 11회째다. 해를 거듭할수록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 ICT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가 됐지만 아직까지 한국 기업들이 참여한 적은 없다.
화웨이는 올해 행사에서 ‘(모든 것을 연결하는) 파이프 기업’이란 전략을 구체화하고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공개된 화웨이의 2018년 매출 목표는 80조 원 규모로 10년 전보다 4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였다. 천판(陳繁) 재무담당 부사장은 지난해 실적에 대해 “매출과 순익이 2390억 위안(약 41조6000억 원)과 210억 위안(3조650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8.5%와 34.4% 늘었다”며 “중국 시장(35.1%) 외에도 유럽·아프리카(35.4%), 아시아(16.3%) 미국(13.1%) 등의 해외 매출이 빠르게 늘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제까지 주로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장악했던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가 떠오른 이유는 저가 경쟁이 아닌 기술 투자에 있다고 강조했다. 리싼치(李三琦)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앞으로 목표는 롱텀에볼루션(LTE) 이후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과 더불어 올아이피(All-IP)로 연결된 웨어러블 및 클라우딩 컴퓨팅 분야에 있다”며 “현재 16개 국가에 있는 연구개발(R&D) 센터에서 매년 매출의 12% 이상을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행사 참가자들에게 선전에 있는 1.5km² 규모의 본사 및 수영장과 기숙사 등이 갖춰진 대규모 연구개발(R&D) 단지를 공개했다.
화웨이는 주로 이동통신 기지국에 들어가는 통신장비나 기업용 네트워크 서버를 만드는 회사다. 1987년 인민해방군 출신 엔지니어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창업했다.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여느 기업과 달리 창립 이후 통신 분야에만 집중한 전문기업으로 임직원 15만 명 가운데 외국인이 4만 명이 넘을 정도로 빠르게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한 점이 특징이다. 현재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에릭손과 1위를,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LG전자 소니 등과 세계 3위를 놓고 각각 다투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는 세계 1위를 앞둔 기업답지 않게 끊임없이 몸을 낮추는 ‘화평굴기(和平굴起·평화롭게 발전을 추구함)’의 모습을 내비쳤다. 쉬즈쥔 CEO는 “우리는 아직 통신장비 시장에서 에릭손에 이은 세계 2위일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사오양(邵洋) 최고마케팅책임자(CMO)도 “스마트폰 분야에서 우리는 세계 최고인 삼성전자를 존경하는 3위 사업자”라는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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