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의 재산을 관리하는 측근들에 대한 자금줄 죄기에 나섰다. 미국 백악관은 28일 푸틴 대통령과 연관이 있는 러시아 정부 관리 7명과 기업 17곳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번 제재가 효과가 없을 경우 다음 단계는 은행 같은 분야를 타깃으로 할 것”이라고 말해 지속적인 압박 의지를 내비쳤다. EU도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러시아 인사 약 15명의 자산을 동결하고 여행을 금지하는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크렘린의 재산공개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연봉은 11만5000달러(약 1억19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야권 인사인 보리스 넴초프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호사스러운 사생활은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도 울고 갈 정도다.
러시아 북서쪽 발다이 호수에 자리 잡은 저택 ‘롱비어드’는 930ha(9.3km²)에 이른다. 여기에는 대통령 전용 교회, 영화관, 볼링장이 있고 관리인이 100명이 넘는다. 푸틴의 전용 항공기 58대 중 하나인 ‘일류신-96’은 1800만 달러(약 200억 원)어치 보석이 객실을 수놓았다. 또 푸틴이 가진 스위스 명품시계는 총 69만 달러를 호가한다.
이런 사생활은 1억 원대로 알려진 푸틴의 연봉만으론 결코 누릴 수 없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푸틴의 은닉 재산 규모가 밝혀질 수도 있다며 푸틴의 개인 재산은 400억∼700억 달러(최대 약 72조 원)대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푸틴의 재계 측근들이 푸틴의 재산을 대신 불려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의 불법 해외 유출 자금 규모는 2012년에만 520억 달러로 알려졌으며 상당액은 푸틴 측근의 몫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의 세계 4위 석유거래업체 군보르의 겐나디 팀첸코 회장을 제재 대상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군보르는 푸틴의 사금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푸틴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시절부터 친분을 맺어온 이너서클(최측근) 인맥은 푸틴의 집권 이후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올리가르히’(신흥재벌)로 떠올랐다. 푸틴은 2001년 5월 자신의 부관이었던 알렉세이 밀레르(52)를 세계 최대 천연가스 회사인 가스프롬의 대표이사로 앉혔다. 2012년 5월부터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고리 세친(54)은 푸틴의 초대 내각에서 부총리로 일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친러 시위대 진압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동부 도시 하리코프의 시장이 괴한의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고 하리코프 경찰당국이 밝혔다. 겐나디 케르네스 시장은 이날 정오 무렵 조깅을 하던 중 등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긴급수술을 받았으나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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