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구매력 기준 GDP 올해 美 제칠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일 03시 00분


세계은행 분석… 예상보다 5년 빨라

미국이 올해 세계 최대 경제대국 지위를 중국에 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872년 미국이 영국을 추월해 세계 1위로 올라선 지 142년 만의 일이다. 중국의 미국 추월은 경제전문가 대부분이 내다봤던 2019년보다 5년 앞당겨졌다.

국가 간 경제력 비교 연구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세계은행 국제비교프로그램(ICP)은 30일 ‘구매력과 실제 지출로 본 세계 경제’라는 요약 보고서에서 2011년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86.9%까지 육박했다고 발표했다. 첫 조사가 이뤄진 2005년의 43.1%에 비해 6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가파른 상승세다. ICP는 각국의 생활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환율과 물가수준을 감안해 실제 벌어들인 소득으로 얼마나 소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구매력평가(PPP) 기준 GDP를 활용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를 인용해 올해 중국이 이 기준으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분석했다. 근거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양국의 GDP 성장률 추이다. 2011∼2014년 전망에서 미국은 4년 동안 7.6% 성장하는 데 그치는 반면 중국은 24.0%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해 올해 미국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이 기준으로 세계 경제대국 14위에 올랐다. 인도는 일본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섰으며 인도네시아와 멕시코는 각각 10위와 12위에 올랐다.  

▼ “中 1인 GDP 세계99위… 美추월은 성급” 반론도 ▼

세계은행 국제비교프로그램(ICP)이 4월 30일 내놓은 국가 간 경제력 비교에서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국제금융기구의 리더십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경제력에선 미국과 어깨를 견주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지분에 있어서 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18.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반면 중국은 3.994%에 그쳐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 등 신흥국의 지분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몇 년째 실행에 옮겨지지 않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중국 지분은 6.39%로 올라가야 하지만 이마저도 중국은 성에 차지 않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ICP의 보고서를 두고 실질적으로 중국이 올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분석은 성급한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가 전체로 보면 중국이 미국을 많이 따라잡았지만 세계 최대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여전히 세계 99위(2011년 기준)로 12위인 미국에 뒤처져 있다고 ICP는 밝혔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글로벌경제팀장은 “미국이 생산량 기준에서 영국을 1872년에 따라잡았지만 당시 아무도 미국이 영국 경제를 뛰어넘었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미국이 모두가 인정하는 1등 경제가 된 것은 제1,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만들어진 이후”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특히 내부적으로 엄청난 빈부격차와 무분별한 대출을 비롯한 금융시스템의 폭탄 등 각종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구매력평가(PPP·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국내총생산(GDP) ::

각국의 물가와 환율 등을 감안해 벌어들인 돈으로 실제 얼마를 소비·지출하는지를 기준으로 한 국내총생산(GDP). 생활수준을 잘 보여줘 국제간 비교에 자주 이용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가 공식 통계로 내는 달러 기준 국내총생산(GDP)과는 차이가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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