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군이 5일 친(親)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 민병대가 장악한 동부도시 슬라뱐스크를 되찾기 위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시작하면서 유혈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
BBC방송은 정부군이 이날 친러 민병대와 교전 끝에 슬라뱐스크 외곽의 TV 송전탑을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헬기와 장갑차 등을 총동원한 정부군 공세에 밀린 친러 민병대는 시내 중심부로 후퇴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이 전했다.
친러 무장세력의 동부 거점도시인 슬라뱐스크를 둘러싼 치열한 교전으로 양측 모두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슬라뱐스크 지역에서 정부군 장교 4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내무부는 웹사이트에 공개한 성명에서 친러 민병대가 정부군을 공격할 당시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활용했으며 인근 건물들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정부군 특수부대 소속 장교 1명은 부상자들이 탑승한 미니버스를 호송하던 중 민병대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러시아 뉴스전문 TV채널 ‘러시아투데이(RT)’는 이날 정부군이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검문소를 습격해 친러 민병대원 20여 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정부군은 3일 슬라뱐스크 인근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에 집중 공세를 펼쳐 탈환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과 친러 무장세력 양측에서 1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슬라뱐스크 인근 도시 콘스탄티노프카와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도 진압작전이 벌어졌다.
2일에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흑해 연안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정부 지지자들과 친러 성향의 분리주의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친러 시위대가 점거한 건물에 불이 나 46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이 화재는 ‘프라비 섹토르’(극우민족주의 단체) 회원들이 중심이 된 정부 지지자들이 이날 친러 시위대가 몰려 있던 쿨리코보 폴례 광장의 노조 건물에 화염병을 던지면서 발생했다. 러시아어를 쓰는 인구가 30∼40%나 되는 오데사는 남부지역 분리주의 세력의 근거지다.
대규모 참사에 격분한 친러 시위대는 4일 오데사 경찰본부에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였다. 친러 시위대는 건물을 포위한 채 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창문을 부수며 체포된 동료 시위대원의 석방을 요구했다. 군중들은 “러시아”를 외치면서 청사에 게양된 우크라이나 국기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경찰은 결국 2일 체포한 친러 시위대 67명을 전격 석방했다.
이러한 유혈사태 속에서도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하리코프 등 3개 주는 11일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하기로 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내전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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