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반기문’ 남수단 평화협상 007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9일 03시 00분


유전지역 놓고 정부군-반군 충돌
난민 120만명… 대량학살 위기
潘총장, 측근만 대동한채 극비 방문… 하루만에 양측 설득 회담 이끌어내

남수단 난민수용소 방문 6일 남수단 유엔사무소(UNMISS) 영내에 있는 난민수용소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 어린이를 안고 있다. 유엔 제공
남수단 난민수용소 방문 6일 남수단 유엔사무소(UNMISS) 영내에 있는 난민수용소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 어린이를 안고 있다. 유엔 제공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극비리에 아프리카의 남수단을 방문해 하루 만에 정부와 반군의 평화협상을 이끌어냈다.

7일 유엔 사무총장실 관계자와 외신 등에 따르면 반 총장의 남수단 방문은 ‘비밀 작전’으로 불릴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소수의 경호원과 보좌관이 수행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기후변화장관회의’에 참석했던 반 총장은 6일 새벽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남수단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남수단의 정부와 반군은 5개월 동안 주요 유전지역인 유니티 주의 주도인 벤티우를 차지하기 위해 내전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수천 명의 사상자와 120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반 총장이 도착한 시간에도 벤티우에서는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반 총장이 남수단을 방문한 것은 2011년 7월 남수단 독립 이후 약 3년 만이다. 당시에는 축하하러 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르완다 학살에 버금가는 대량학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반 총장의 방문은 이를 막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다. 한편으로는 남수단 독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반 총장이 남수단에 상당히 큰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다음 일정이 예정되어 있어 반 총장의 남수단 방문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난민수용소를 방문한 직후 곧바로 살파 키르 남수단 대통령을 만났다. 대화로 문제를 풀라는 반 총장의 집요한 설득에 키르 대통령의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반군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지 않는 한 방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웠다. 소재 파악이 어려운 반군과 어렵게 접촉한 뒤 “키르 대통령이 협상에 나서기로 했으니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이 나에게 전화하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에 전화는 오지 않았다. 이날 오후 다음 일정에 참석하기 위해 아쉬운 마음으로 공항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극적으로 전화벨이 울리자 반 총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10분간의 통화 끝에 반군 지도자인 마차르 전 부통령은 9일 에티오피아에서 남수단 사태 해결을 위한 평화회담을 갖겠다고 확답했다.

아랍권의 유력 매체인 알자지라는 경제제재를 무기로 협상을 압박했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노력이 실패하면서 암울해지던 남수단 유혈사태가 반 총장의 극적인 중재 덕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반기문#남수단#평화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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