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전후 강제동원 피해 보상을 위해 설립한 ‘기억·책임·미래 재단’의 마르틴 잘름 이사장이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사 극복과 관련해 일본은 오히려 독일의 실패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잘름 이사장은 ‘독일이 과거 극복의 챔피언이라는 평가가 많다’는 질문에 “그건 잘못된 평가”라며 “예컨대 196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범죄를 독일인 자신의 손으로 단죄하는 재판이 시작되자 많은 국민이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독일이 그 정도까지 안했으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문명사회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서도 “너무 늦은 데다 미국에서의 집단소송으로 겨우 시작됐다. 1000만 명 이상의 피해자 중 보상금을 받은 생존자는 일부에 불과하며 이는 독일이 강제징용으로 얻은 이익에 비하면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기억·책임·미래 재단은 2000년 설립돼 2007년까지 167만 명에게 44억 유로(약 6조2700억 원)를 지급했다. 재단에는 독일 정부는 물론 약 6500개의 독일 기업이 출자했다.
그는 재단에 출자한 기업 중에는 전후 설립된 기업과 외국에 자회사를 둔 기업이 많다고 소개하고 “이들은 과거와 결별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이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들은 전쟁 책임에 대해 기업의 태도를 확실히 밝히는 것이 경영 전략에도 득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단이 2007년 피해보상을 끝내고도 존속한 데 대해 “산업계에서 활동을 계속하길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기금의 10%를 남겨 강제동원에 대한 역사 연구와 교육활동, 고령 피해자 지원활동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70년대 처음 독일에서 나치스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던 배경에 대해서도 “이웃 나라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직시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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