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닷컴 버블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에 이어 미 방송 및 통신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 바람이 다시 거세게 불고 있다. 인수 금액이 갈수록 불어나면서 업계에서는 ‘미디어를 장악하기 위한 전쟁(錢爭)’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12일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주요 매체들은 미 최대 유선통신업체인 AT&T가 디렉TV를 500억 달러(약 51조749억 원)에 인수하는 데 거의 합의했다고 전했다. 디렉TV는 미 최대 위성방송 업체다. 2주 안에 협상 결과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미 방송통신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가운데 AT&T가 디렉TV를 인수하면 기존 유선 전화와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에 위성TV 공급 채널까지 확보하면서 방송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된다. 미 최대 무선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이 점차 방송 영역에 중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AT&T까지 방송에 눈길을 돌리면서 미국에서 방송과 통신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WSJ는 AT&T가 유무선 인터넷과 전화, TV 결합 상품을 제공하는 강력한 파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렉TV는 지난해 말 현재 약 203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AT&T의 TV사업부인 ‘U-VERSE’ 가입자까지 합해 총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25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 2월 미 케이블TV 1위 업체인 컴캐스트가 3위 업체인 타임워너 인수에 합의하면서 끌어안은 총 예상 가입자(3300만 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인수 금액에서도 컴캐스트의 440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디렉TV의 주가는 12일 장외거래에서 5% 급등한 91.73달러로 뛰어 인수 금액은 더 불어날 수도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