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침묵 깬 유엔, 이젠 정치범수용소 폐지 나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5일 03시 00분


[화정평화재단 국제심포지엄]
유엔 北인권보고서 이후… 국제사회 전략과 과제

3일 독일 베를린 독재청산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전략’ 토론회 참석자들이 북한 인권 개선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클라우스 홀란트 베를린자유대 인권대학원장, 마티아스 나스 디 차이트 기자, 홍성필 
연세대 교수, 마르쿠스 뢰닝 전 독일 연방정부 인권특임관. 베를린=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3일 독일 베를린 독재청산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전략’ 토론회 참석자들이 북한 인권 개선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클라우스 홀란트 베를린자유대 인권대학원장, 마티아스 나스 디 차이트 기자, 홍성필 연세대 교수, 마르쿠스 뢰닝 전 독일 연방정부 인권특임관. 베를린=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북한 정부 차원의 반인권 범죄를 인정하고 김정은 정권의 책임을 물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간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개선 촉구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은 국가인권위원회, 베를린자유대와 공동으로 13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소냐 비세르코 COI 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베를린 독재청산재단 1층 회의장에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유엔 북한 인권 조사 활동성과 및 전망 △해외 체류 탈북자 인권 상황 및 보호 방안 △서독의 동독 인권 문제 대응의 시사점을 주제로 약 6시간 동안 진행됐다. 》  

○ “이제는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설 때”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윤남근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고려대 교수)이 대독한 개회사에서 “COI 보고서에서 주목할 것은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행위가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국제법상 반인도 범죄에 해당된다는 것을 명시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비세르코 위원은 “유엔이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올려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확정한 COI 보고서는 정치범수용소 폐지, 공개처형 금지 등 북한 인권 상황 개선 권고 268건을 담고 있다.

‘디 차이트’의 마티아스 나스 기자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에 수십 년간 침묵을 지켜온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클라우스 홀란트 베를린자유대 인권대학원장은 “정치범수용소 등 인권 침해를 고발하는 사진 등 정보가 부족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홍성필 연세대 교수(법학)는 “한국 정부는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한편으로 달래야 하는 정책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었다”며 “북한 인권 문제는 정치적 시각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로 분리해서 일관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위원장은 “한국에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유엔 보고서가 나와 누구도 이 문제를 부정할 수 없게 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COI 보고서 후속대책 추진과 중국의 변화

북한의 반인권 범죄를 ICC에 제소하는 COI 권고는 토론 시간의 이슈로 떠올랐다. 홀란트 교수는 “ICC에 제소하는 유일한 방안은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방법”이라며 “그러나 중국이 반대하면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중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국제사회가 압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르쿠스 뢰닝 전 독일 연방정부 인권특임관은 “중국에는 정치범수용소가 없는 만큼 북한에 정치범수용소라도 없애라고 촉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베아테 루돌프 독일 인권위원장은 “독일은 불법체류자도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게 하고 생존을 위한 기본의료를 보장한다. 중국은 제네바협약에 따라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멈추고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참석자들은 COI 보고서가 북한 인권 범죄에 대한 ‘네이밍 앤드 셰이밍’(이름 붙이고 창피주기)에 그쳐서는 안 되며 후속대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동서독 분단시절의 인권보호 경험을 살리자는 제안이 나왔다.

리하르트 슈뢰더 전 동독 인민회의 사민당 원내대표는 “분단시절 서독 정부는 동독 정치범 3만5000명을 돈 주고 사오는 노력을 했다”며 “독재자를 제거할 수 없으면 비즈니스 협상이라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정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정착에 실패해 제3국으로 다시 망명한 탈북자가 2000명”이라며 “한국의 탈북자 관리 시스템을 되돌아볼 때”라고 진단했다.

베를린=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김정안 기자
#북인권보고서#유엔#정치범수용소#화정평화재단 국제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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