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중국 톈안먼 사태 당시 베이징 창안제에서 진압군의 탱크를 막아선 한 청년. AP통신이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출처 SCMP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잠깐 자유로웠던 순간을 잊고 있다.”
1989년 6월 5일 중국 베이징(北京) 중심가 창안제(長安街)에서 한 청년이 맨몸으로 4대의 탱크를 막아선 모습을 포착한 AP통신 사진은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사진기자 제프 와이드너 씨(58·사진)는 27일자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돌아보면서 “단순히 셔터를 누르는 것 이상의 용기와 용감한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뒷얘기를 소개했다.
중국군의 민주화 시위 무력 진압이 시작된 이튿날 그는 톈안먼 광장이 더 잘 보이는 곳이라고 여긴 창안제의 베이징 호텔로 달려갔다. 호텔은 경비가 심했다. 우연히 만난 미국 대학생 커크 마첸 씨에게 AP 기자라고 밝히자 자신의 6층 방에 들어가도록 해주었다. 역사적인 사진은 이 6층 방 발코니에서 촬영됐다.
탱크 소리가 들리는 긴박한 상황에서 와이드너 씨는 필름이 없는 것을 뒤늦게 알고 마첸 씨에게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방 밖으로 나간 마첸 씨는 2시간가량 지나 돌아왔다. 그는 호텔 로비에서 관광객 한 명을 설득해 ‘100 ISO 후지필름’ 한 통을 받았다. 마첸 씨는 찍은 필름을 호텔 밖으로 빼돌리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와이드너 씨가 찍은 ‘탱크맨’ 사진을 속옷 안쪽에 감춘 채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가 미국대사관에 전달했다.
와이드너 씨는 다음 달 4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리는 톈안먼 사태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자신의 경험 등을 밝힐 예정이다. 그는 현재 독일에서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한편 ‘탱크맨’의 정체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영국 ‘선데이 익스프레스’가 그의 이름을 ‘Wang Weilin’이라고 보도한 뒤 중국권 매체가 ‘王維林’이라고 표기하지만 실제 이름과 신분, 거처 등은 지금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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