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만 해도 기술력 차이가 커 일본 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부품이나 원자재가 공급됐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의 기술력이 높아져 한일 기업이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3국 입찰에 참여하는 단계까지 왔다.”
후지타 토오루(藤田徹) 포스코재팬 고문(사진)은 지난달 17일 도쿄(東京) 주오(中央) 구에 있는 포스코재팬 회의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한일 기업의 협업 역사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그는 1973년 스미토모(住友)상사에 입사해 해외업무부 아시아 담당 부장, 종합연구소 시니어 애널리스트 등을 지내고 2009년 정년퇴직했다. 그 사이 스미토모상사 서울지점과 한국의 한 종합상사에서도 일했다. 한일 기업 모두에 밝은 경영 전문가다. 인터뷰는 한국어로 진행됐다.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기업들은 자기 회사의 세계 전략에 따라 투자하거나 협업을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 진출한 일본 제조업체들은 삼성 LG 같은 큰 수요처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 투자했다. 한국 기업이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제품 역시 일본에서 반드시 수입해야 하는 물건이 대부분이다. 정치 관계가 나빠 반일 데모가 일어난다고 해서 비즈니스를 중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일 기업이 협력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
“에너지와 자원 관련 부분에 협력 시너지가 크다. 양국 모두 자원이 없기 때문에 그쪽 분야에 관심이 높다. 가장 경쟁력 있는 한일 기업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제3국에서 사업 수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2008∼2013년 한일 기업 간에 그런 사례가 20건 이상 있었다.”
―한일 기업은 어떤 차이가 있나.
“예전부터 일본 기업은 조직으로, 한국 기업은 개인으로 일한다는 말이 있다. 일본은 결정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그 사이 여러 부서와 의논한다. 사장이 최종 결재 도장을 찍을 때면 관련 부서는 모든 내용을 다 알고 있다. 사업 중간에 그만두는 실패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이다. 한국은 힘이 있는 오너가 있어 추진력 있게 일을 진행시킨다. 하지만 오너가 은퇴하거나 돌아가시면 회사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때가 많다.”
―유사한 점도 많은 것 같다.
“겉으로 매우 비슷해 보인다. 외모와 문화가 비슷하고 기업 제도도 비슷하다. 하지만 유사점이 많다고 해서 똑같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한일 모두 정년퇴직 제도가 있지만 실제 운영은 다르다. 내가 알고 지내는 한국인 중 정년퇴직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일본에선 거의 대부분 정년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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