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훈병원이 예약 환자가 밀려 있는 데도 대기시간이 짧은 것처럼 조작한 ‘비밀 대기자 명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훈부 자체 조사 결과 드러났다.
보훈부 감사관은 28일 발표한 애리조나 주 피닉스 보훈병원 비리 실태 중간 보고서에서 “병원 측에서 예약 환자들이 보훈부의 목표 대기시간보다 더 많이 기다려야 하는 ‘비공식 대기자 명단’을 비밀리에 관리해오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비공식 대기자 명단 조작은 피닉스 병원뿐만 아니라 미 전역의 보훈병원에서 작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시간을 조작한 비밀 대기자 명단은 최근 보훈병원 운영 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보고서는 “퇴역군인이 보훈병원에서 초진을 받으려면 평균 115일을 기다려야 한다”며 “이는 보훈부가 목표로 제시한 30일 이내 진료보다 4배 가까이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피닉스 보훈병원에 예약을 한 퇴역군인 226명을 조사한 결과 84%가 진료를 받기 위해 2주 이상 대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당초 병원 측이 2주 이상 대기자가 50% 미만이라고 주장한 것보다 훨씬 많다.
보훈병원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에릭 신세키 보훈장관에 대한 사임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보고서가 공개되자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공화당 중진 의원들은 신세키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민주당에서도 이날 6명의 상하원 의원이 사퇴 요구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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