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北‘제재 해제’ 합의 파장]
① 日, 北과 단독교섭 ② 美 MD 확대 ③ 美 대북제재 시들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에 협조하고 일본이 단독 대북 제재를 철회하겠다고 전격 발표하자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소식통들은 “일본이 풀어주기로 한 제재는 가벼운 것들이고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는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북한의 대외적 고립에 숨통을 틔워준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2012년 미국과의 2·29합의가 생전에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작품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는 김정은이 거둔 사실상 첫 외교적 성과다. ‘북핵 불용’을 외치며 다져 온 한미일 3각 공조의 단일대오에도 균열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고려하면 그의 정치적 결단에 이해가 가는 측면도 없지 않다. 대화로도, 제재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 피랍자 문제라도 따로 떼어 해결하는 것이 나름으로 합리적이다.
최근 미국 내 군 당국자들과 의회, 언론 등이 모두 나서 자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한국을 편입시키려는 압박을 공개적으로 하는 데에는 이제 북한의 핵 보유를 저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와 당국자들은 한국 기자들이 “북한을 저대로 놔뒀다가 끝내 핵·미사일을 가지는 상황이 오면 도대체 어쩔 셈이냐”고 질문하면 서슴없이 “그래서 MD를 하자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지난해 4월 발의한 대북제재강화법안(HR1771)도 결국 ‘차 떼고 포 뗀’ 용두사미 법안으로 전락한 채 29일 가까스로 상임위를 통과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주로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미국이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과 인권침해를 이유로 한 제재 등 핵심 조항들이 빠진 것은 중국의 반발과 미중 관계 악화를 걱정한 미 국무부의 요구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는 ‘북핵 저지에 실패했다’고 때늦은 반성을 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는 듯한 미국과 일본 등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니 안타깝기만 하다. 언젠가 워싱턴을 방문한 한 북한 연구자가 “평생 북한을 공부한 것이 후회스럽다. 이젠 핵을 가진 북한과 살아가는 지혜를 연구해야 할 판”이라며 울분을 토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