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꿈꾸는가, 전쟁을 잊지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4일 03시 00분


[노르망디 상륙작전 70돌]
6일 기념식 앞둔 오마하비치 르포
해변 곳곳 연합국 깃발… 독일군 진지-녹슨 상륙함…
‘D데이 맥주’ 든 90세 노병 “生의 마지막 행사될 듯”
17國 정상참석… 우크라 사태후 오바마-푸틴 만남 주목

1944년 6월 6일. 0시를 조금 넘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의 독일군 진지에 포탄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이어 서쪽 오마하, 유타비치에는 미군이, 동쪽 골드, 소드, 주노 해안에는 영국과 캐나다 군인들이 상륙정에서 바다로 뛰어내려 해변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독일군의 치열한 반격으로 상륙정에 불이 붙어 많은 병사가 한꺼번에 타죽었고 동이 틀 때까지 백사장은 수만 명의 사상자가 흩뿌린 피로 붉게 물들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재현됐던 노르망디 오마하비치 상륙작전에서 미군은 3000명이나 희생됐다. 영국과 캐나다군이 상륙했던 골드, 소드, 주노 해안까지 포함해 이날 연합군 사망자는 총 4400명이었다. 독일군도 9000명이나 희생됐다. 하늘과 땅, 바다에서 동시에 진행된 사상 최대 규모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사실상 거대한 ‘살육의 현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희생으로 연합군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세를 역전시킴으로써 나치 독일이 점령했던 유럽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현재 노르망디 해안이 다시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에 다시 한번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2차 대전에 참전했던 17개국 정상이 모여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행사를 갖기 때문이다.

1일 찾아간 노르망디 오마하비치에는 벌써부터 전 세계에서 몰려든 참전용사들과 전적지 순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해변 곳곳에는 ‘D데이 70주년’을 알리는 플래카드와 연합국 깃발이 펄럭였고 상점에는 D데이를 새긴 기념품 엽서 탱크모델 T셔츠가 가득했으며 군용천막 카페에는 ‘D데이 맥주’를 마시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참전용사 롤트 씨(90)는 “내가 이곳에 상륙했을 때는 온몸이 찢어져 있었다”며 “아마도 이번 행사가 참전용사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대규모 기념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19∼21세였던 군인들이 지금은 대부분 아흔 살이 넘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평화롭게 해수욕을 하고 세일링을 즐기는 오마하비치의 모래언덕 주변에는 독일군이 ‘애틀랜틱 월(Atlantic wall)’이라고 불렀던 콘크리트 진지와 철조망이 그대로 남아 있고 녹슨 상륙함과 함포 등이 전시돼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을 떠올리게 했다. 해변에는 군용트럭과 지프 등을 타고 퍼레이드를 하는 밀리터리 동호회 회원들도 눈에 띄었다.

네덜란드 밀리터리 차량 동호회 ‘러키세븐’ 클럽의 아르노 씨(31)는 “나치 독일로부터 유럽을 해방시킨 군인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노르망디에서 일주일간 캠핑을 하며 카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온 콜린 웨스콧 씨(70)는 “한국에서도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이 있었던 것을 잘 안다. 평화를 위해선 전쟁의 역사를 잘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행사는 단순한 역사 기념이 아니라 현재적 사건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긴장이 높아지는 동서 진영의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초청해 크림 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와 서구 지도자들 간의 직접 만남이 이뤄진다. 푸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이나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자, 찰스 영국 왕세자와 행사 도중 인사와 악수를 나눌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오마하비치=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오바마#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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