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가공의 호러(horror) 캐릭터 ‘슬렌더 맨(The Slender Man)’에 심취한 같은 반 친구 2명으로부터 흉기에 십여 차례 찔리는 공격을 받은 12세 여중생이 퇴원했다고 6일(이하 현지시간) 밤 피해 소녀의 부모가 밝혔다.
6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가족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칼에 19차례 찔리는 공격을 받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소녀가 워케샤 메모리얼 병원에서 퇴원했다고 전했다.
가족은 이날 성명에서 “아이의 상태가 점점 호전되고 있다”면서 “지역 사회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 그리고 전 세계에서 보내준 지지와 사랑에 대단히 감사하다”고 밝혔다.
가해 소녀들은 지난달 31일 아침 워케샤의 한 공원에서 숨바꼭질을 하던 중 피해 소녀를 공격했다. 두 소녀는 슬렌더 맨의 대리인이 되고 싶어서 수개월간 살해 계획을 세웠다고 경찰에 말했다.
경찰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뒤 쓰러진 소녀를 숲 속에 내버려 둔 채 떠났으며, 이후 도로로 기어나온 소녀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의료진은 흉기가 심장에서 가까운 대동맥을 비껴가 환자가 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피해 소녀의 부모는 사건 발생 후 딸에게 숲 밖으로 기어나올 힘이 어디서 났느냐고 묻자 딸이 그저 “살고 싶었다(I wanted to live)”고 답했다고 전했다.
피해자와 동갑인 가해 소녀 2명은 1급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접한 가공의 캐릭터 슬렌더 맨을 기쁘게 하기 위해 피해 소녀를 죽이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이들은 최대 6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슬렌더 맨은 송장 같은 외모에 팔이 비정상적으로 긴 가공의 인터넷 캐릭터로, 항상 어두운 색상의 정장을 입는다. 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괴담에 따르면 슬렌더 맨은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최면을 건다. 슬렌더 맨의 추종자들은 살인 행위로써 그에 대한 헌신을 증명해야만 한다.
슬렌더 맨을 창조한 에릭 누드센(Eric Knudsen) 씨는 4일 “위스콘신 주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 이 끔찍한 사건에 관련된 이들의 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뉴욕데일리뉴스 보도에 따르면 누드센 씨는 지난 2009년 인터넷에 포토샵 작업을 거친 슬렌더 맨의 이미지를 올렸다. 이후 이에 영감을 받은 작가들과 예술가들이 이 악마 같은 가공의 인물에 관한 이야기와 그림을 창작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의 가해 소녀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도시 괴담 등을 게재하는 웹사이트 ‘크리피파스타(Creepypasta.wikia.com)’에서 슬렌더 맨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고 주장했다. 누드센 씨가 이 사이트의 관리자로 있다.
가해 소녀들이 재학 중인 중학교의 교장은 이들에 대해 품행이 방정하고 착실한 학생들이라고 NBC 시카고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인적 사항에 대해 함구했다. 피해 소녀의 부모도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워케샤 카운티 사법당국은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해 미성년자인 가해자들을 성인 법정에 세웠지만 이들 중 한 명의 변호인은 이 사건이 소년법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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