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 활주로와 항만을 갖춘 인공섬 건설을 추진하기로 해 주변국과의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중국이 남중국해의 파이어리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永暑 섬) 일대를 매립해 활주로와 항구 등을 갖춘 인공섬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교수는 “중앙정부에 건설 계획안이 제출됐다”며 “면적은 인도양의 환상 산호초 섬인 디에고가르시아의 미 해군기지보다 적어도 2배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어리크로스 암초는 중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으나 필리핀과 베트남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인공섬 건설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해군군사학술연구소의 리제(李杰) 씨는 “활주로와 항구 등이 들어서면 군사 보급 및 원조 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책 연구소인 중국사회과학원의 장제(張潔) 연구원은 “인공섬 건설은 중국의 주변국들 사이에 불신을 심화시키고 지역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인공섬에 활주로 건설 계획이 포함된 점을 들어 동중국해에 이어 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또 필리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난사(南沙) 군도의 존슨사우스 암초에서 매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은 필리핀 베트남 등 회원국들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베트남 언론이 7일 보도했다. 마르티 나탈레가와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은 이 회의가 열리면 아세안이 중국의 영유권 공세 강화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 원유 시추를 진행 중인 중국은 선체 충돌용 특수선박들을 동원해 베트남 감시선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베트남 일간 뚜오이쩨는 7일 중국이 최근 파라셀 제도(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중국명 시사 군도) 부근 시추 현장에 어선을 가장한 특수선박을 새로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선박은 최소 44척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당국은 이들 선박이 뱃머리에 대형 금속물체를 장착하고 있어 충돌하면 다른 선박들보다 훨씬 위험하다며 자국 감시선들에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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