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넘게 끌어온 정치혼란으로… 성장률 2분기 연속으로 0%대
하반기 정부구성 실패땐 더 추락… S&P, 국가신용등급 강등시켜
태국의 반정부 시위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태국 정치투쟁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잉락 친나왓 총리가 해임되면서 시위는 더 복잡해졌다. 잉락 총리가 2011년 공무원 고위 관료 인사권을 부당하게 행사했다는 이유로 총리를 포함해 현 장관 9명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해임, 실각됐다. 그러자 친정부 세력인 독재저항민주연합전선(UDD)은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반정부 세력의 불만도 여전하다. 현 내각 전원을 물러나도록 판결하지 않는 대법원에 여전히 불만을 가지고 오히려 시위 강도를 더 높이겠다고 압박한 것이다.
장기 시위로 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불안감 차원을 넘었다. 실제 경제성적표에 본격적으로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4월 19일 정부 싱크탱크인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B)가 발표한 경제지표를 보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반정부시위의 영향 및 극심한 소비침체, 정부 투자 감소로 0.6% 성장에 머물렀다. 작년 4분기(GDP 증가율 0.6%)에 이어서 연속 두 분기 동안 경제성장률이 1% 이하에 그친 것이다. 태국 중앙은행 역시 태국 경제가 일시적 후퇴가 아닌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GDP의 한 축을 담당하는 관광업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8% 정도 감소하면서 내수경기 전반에 위기감을 드리우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화되니 위기감이 강해지고 있다. 문제는 하반기. 올해 초에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7월에 예정된 총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정부가 제 역할을 할 경우 하반기에는 경제성장률이 5%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연평균으로는 2.6∼3% 정도 성장률이 나와 전형적인 ‘상저하고’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현재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태국이 하반기에도 정부 구성에 실패하고 경제성장률은 1%에도 못 미쳐 동남아국가연합(ASEAN) 국가 중에서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해외 투자가들은 태국의 국가 경쟁력 자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및 일본 신용평가기관에서는 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결국 계엄령까지 나왔다. 7개월간 끌어온 정치 혼란이 양 세력 간 대화와 타협의 방식이 아닌 ‘군사 쿠데타’란 극단적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태국 격언에 ‘코끼리 싸움에 그들의 발에 밟힌 풀은 모조리 죽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6개월 이상 지속된 시위로 28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800여 명이 부상했다. 이들 대부분은 일반인 또는 말단 군인, 경찰들이다. 정치 개혁을 희망했던 많은 태국 국민도 예상치 못한 장기 투쟁에 지쳐가고 있다. 이번 쿠데타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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