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9일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나서 독도 인근 해상에서 예년과 다름없이 이뤄지는 한국 해군의 훈련에 대해서까지 “일본 영해를 침범했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20일에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했던 고노(河野) 담화 작성 경위에 대한 검증 결과가 발표된다. 이에 따라 이미 나빠진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 도 넘은 영토 도발… 한일 관계 최악 치닫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19일 “일본 영해가 포함됐다”며 한국 정부에 군사훈련 중지를 요구한 해역은 명백한 한국 영해다. 훈련구역 대부분은 공해이고 끝 일부가 독도 인근 12해리(약 22km)와 겹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해양법상 영토 해안선으로부터 12해리까지는 영해로 인정된다. 독도가 한국 땅인 만큼 이 해역도 한국 영해다. 지난달 30일에도 독도 인근 해상에서 한국 합참은 독도방어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스가 장관은 “한국의 훈련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 영유권에 관한 일본의 입장에 비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앞서 일본 NHK방송은 이날 “한국이 20일 사격훈련을 실시한다고 일본에 통보한 지역이 일본 영해에 포함된다”며 “한국의 훈련 해역에 다케시마 인근 영해가 포함된 것은 최근 들어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12년에도 독도 해상에서 같은 훈련이 있었지만 일본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민주당 정권 때인 2년 전과 달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정권이 국내 결속을 위해 한국 훈련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지속적이고 치밀하게 진행되는 일본의 도발
일본은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기점으로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일본은 지난해 2월 독도 등 영토 문제를 전담하는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을 총리 직속 조직인 내각관방에 신설했다. 일본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자료를 일본어는 물론이고 영어와 한국어로도 올렸다.
20일 고노 담화에 관한 검증 결과 발표도 일본 정부의 보수층 끌어안기 전략의 하나다. 패전국 일본의 과거사를 부정함으로써 민족주의를 고취하려는 퇴행적인 방식이다.
일본 국회가 이날 제출받는 검증 결과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포함되느냐에 따라 향후 한일 관계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보고서는 ‘한일 정부 간 사전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노 담화 자체를 부정하지 않더라도 양국이 사전 협의했다는 식으로 인식돼 일본 극우 보수 세력이 주도하는 고노 담화 무력화 시도의 촉진제 역할을 할 우려가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일 당국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일본에 요구해 왔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과 법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로 올해 4월에야 국장급 위안부 협의가 처음 열렸다. 하지만 고노 담화가 무력화되면 이 같은 협의의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 해법은 시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