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종파분쟁 불지른 총리 퇴진론… 벼랑 몰린 말리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0일 03시 00분


2006년 총리 지명되자 수니파 탄압… 재선 성공뒤엔 장관 겸직 권력독점
주변국 “종파갈등 해결할 인물 원해”… 6월말 ‘3선 총리’ 지명 불투명
이라크, 美에 반군 공습 공식 요청

이라크 사태가 내전 위기로 격화된 가운데 종파 간 화합 요구를 외면하고 자신이 속한 시아파만 챙겨 온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64·사진) 퇴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라크 제2도시 모술 등을 점령하고 남진(南進) 중인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수도 바그다드 북쪽 32km까지 진격해오자 이라크 정부는 미국에 공습을 요청하는 등 도움을 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선 말리키 총리가 종파 간 화합을 이끌 인물이 아니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의 퇴진을 요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더 나아가 말리키 총리의 거취 문제가 향후 미국의 군사개입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18일 “미국이 이라크 고위 관리들에게 ‘미국의 군사지원을 원하면 말리키 총리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현재 이라크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약속한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 간의 통합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리키 총리를 비판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말리키 총리가 “현재 이라크 위기와 상황을 타개하고 통치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평가했다.

시아파 출신인 말리키 총리는 1970년대 말 반(反)후세인 운동을 펼치다 사형선고를 받고 24년간 망명 생활을 했다. 그는 2006년 미국에 의해 총리로 지명된 뒤 수니파 등 정적 제거와 권력 독점, 부패의 길로 치닫기 시작했다.

2010년 총선에서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 정당과 연합해 재선에 성공한 말리키 총리는 두 번째 집권 뒤 국방, 내무, 정보부 장관까지 겸임하며 권력 독점을 본격화했다. 또 2011년 말 미군의 완전 철수 이후에는 수니파 최고위직 인사인 타레크 알하셰미 부통령을 테러지시 혐의로 사형선고를 내리면서 종파 갈등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수니파 주민들은 말리키 총리 정권이 수니파 주민 10만여 명을 감옥에 가뒀으며 자신들을 ‘2등 시민’으로 강등시켰다고 분노해왔다.

4월 총선에서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연합은 최다 의석(92석)을 차지했으나 과반에는 미치지 못해 6월 말로 예정된 이라크 의회에서 그가 3선 총리로 지명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라크 국내 정치권은 물론이고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들도 이라크 내 종파 갈등을 해결할 인물을 원하고 있다. CNN은 “말리키 총리에 대한 혐오감은 온건 수니파 주민들과 ISIL과 같은 급진 무장단체가 결합하는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 하원의 존 베이너 의장과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 등과 만나 이라크 사태를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사태와 관련한 조치들에 대해 의회의 인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시아파#알말리키#이라크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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