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노담화 검증결과 발표]
日 검증결과 보고서 주요 내용
강제성 명시하라는 韓요구 수용… ‘본인 의사 반하여 이뤄져’ 명기
日대사관 앞 쓸쓸한 소녀상 20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가 한국과 일본 간 정치적 협상 결과라는 주장을 담은 일본의 검증 결과 보고서가 나왔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이 평소보다 더 쓸쓸해 보인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고노 담화 무력화’는 2월 20일 의회에서 나온 발언 하나 때문에 본격화됐다. 고노 담화 작성을 실질적으로 총지휘한 이시하라 노부오(石原信雄) 전 관방 부장관이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담화 작성 과정에서 한국 측과 당연히 절충이 있었다고 추정된다”고 답변했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역사적인 고노 담화가 일본 스스로 내놓은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만한 발언이었다.
극우 세력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일본유신회 의원은 “고노 담화가 한일 간 정치타협의 산물인지 검증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아베 내각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작성 경위를 검증하겠다”고 화답했다. 결국 다다키 게이이치(但木敬一) 전 검찰총장 등 민간 지식인 5명으로 하는 검증팀이 구성됐고 20일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보고서는 한일이 담화 작성 과정에서 여러 조율을 거쳤다고 밝혀 담화의 신뢰성을 깎아내리려고 시도했다. 이를 통해 한일관계의 기본으로 평가받는 고노 담화의 토대를 흔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보고서는 고노 담화와 관련해 한일 양국이 △위안소 설치에 관한 군의 관여 △위안부 모집에 관한 군의 관여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 등 3가지를 놓고 절충을 벌였다고 명시했다.
위안부 모집의 주체를 ‘군 또는 군의 지시를 받은 업자’로 표기하자는 한국 의견과 ‘군이 아닌 군의 의향을 수용한 업자’로 하자는 일본 의견이 충돌해 결국 ‘군의 요망을 받은 업자’로 정리했다는 것이다. 또 담화에 ‘반성의 마음’ 표현이 추가된 것은 한국의 요청을 일본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군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명시하라는 한국 측 요구를 수용해 담화에 ‘대체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이) 이뤄졌다’는 문구가 들어갔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일련의 조사를 통해 이른바 ‘강제 연행’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명시했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입증하는 증거 문서가 없다는 아베 내각의 인식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작 이번 조사의 발단이 된 이시하라 전 부장관은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이 강제로 모집한 것이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일본 정부의 ‘증거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일국의 정부가 ‘본인 뜻에 반해 (위안부를) 모집하라’는 문서를 낼 리가 있겠나. 어느 국가든 마찬가지다. 강제동원 문서가 발견되지 않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민간업자 레벨에서 감언, 강압 등이 있었다는 게 위안부들의 증언에서 나왔다. 그걸 인정할지 말지가 관건이었는데 피해자의 처지에서 증언을 받아들여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인정한 게 고노 담화의 포인트다”고 강조했다.
결국 검증팀이 내놓은 보고서는 위안부 강제동원이라는 역사적 사실에는 눈을 가린 채 한일 간 의견 조율한 내용만을 부각시켜 고노 담화의 본질을 흐렸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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