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내용 수정 어렵자 신뢰성 흠집내”

[고노담화 검증 후폭풍]
고노담화 발표 결정적 기여한… 日 요시미 교수의 보고서 평가

고노 담화가 발표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검증 결과 일본 정부가 사실관계를 왜곡할 정도로 양보하진 않았다는 게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DB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로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일본 정부가 1993년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발표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주오(中央)대 교수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고노 담화를 검증한 주된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요시미 교수는 1992년 1월 일본 방위청(현 방위성) 방위연구소 도서관에서 일본군이 위안부 문제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담긴 공문서 6점을 발견해 아사히신문에 제보함으로써 고노 담화를 이끌어냈다.

그는 “1965년 한일조약과 청구권협정에서 해결된 것은 재산 등 경제적 청구권이고 식민지 지배에 따른 불법 행위와 인권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한국 정부의 위안부 배상 요구는 정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일본인은 이를 알지 못하고 있다. (한일 언론은) 그 같은 사실을 일본 정부와 국민에게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왜 아베 내각이 고노 담화를 검증했다고 보나.

“아베 내각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검증할 필요가 분명 없었다. 굳이 검증한 이유는 담화를 수정하고 싶지만 외교적으로 안 되니 신뢰성을 훼손하기 위해서다.”

―문제점은 뭔가.

“검증 결과만 발표하고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5명의) 위원이 실시한 일방적 검증 결과다. 이는 신뢰하기 힘들다. 한일 간 의견 교환을 비공개로 하자고 일본이 제안해놓고 이번에 일방적으로 약속을 깬 것도 큰 문제다.”

―한일이 고노 담화와 관련해 문안 조정을 했으면 고노 담화의 가치가 없어지나.

“아니다. 이번 검증 결과에도 ‘일본 측은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까지 한국 측에 양보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극우세력들은 지금까지 한일 간에 고노 담화 문안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어서 고노 담화는 기만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증 보고서는 ‘문안조정은 있었지만 사실관계 왜곡은 없었다’고 결론 내려 이들의 주장도 뒤엎고 있다. 검증팀장인 다다키 게이이치(但木敬一) 전 검찰총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절대 인정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2일 아사히신문은 이를 거론하며 “문안 조정이 고노 담화의 정당성을 훼손시키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정확히 말해 아베 내각은 ‘군, 관헌에 따른 폭행, 협박을 한 연행’의 증거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도 똑같다. 하지만 중국, 동남아에서 강제연행이 있었다는 증거는 많다. 고노 담화에도 ‘관헌 등이 직접 이(본인 의사에 반한 모집)에 가담했다는 것이 명확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검증은 당시 고노 담화에 왜 이런 문구가 들어가 있는지 따지지 않았다. 또 군과 관헌이 선정한 업자가 약취나 유괴 등으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강제적 연행을 했고 위안소에서도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가 있었다는 것을 고노 담화에서 인정했다. 일본군과 정부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게 명확하다.”

―향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한일 국민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신뢰할 수 있도록 양국 국민의 교류를 더 넓혀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 극복’을 제대로 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피해자에게 배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