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담화 검증 후폭풍]
발표 당일 美 행정부 소식통들에… e메일-영문번역판-설명서 보내
“사실에 충분히 근거” 정당성 주장
일본 외무성이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보고서 발표 당일인 20일 이미 미국 행정부 소식통들에게 배경설명 형식의 영문 e메일 서한과 보고서 영문 번역판 그리고 ‘일본 정부의 위안부에 대한 시각과 (해결) 노력’이라는 설명서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번 검증의 ‘순수한 의도’와 정당성을 주장한 것으로 고노 담화를 흔들기 위한 국제 홍보전에 발 빠르게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본보가 입수한 질의응답 형식의 이 서한은 검증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 “민주주의와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서 야당의 강한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노 담화 검증은 담화를 부정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치밀한 각본에 따라 진행됐다는 점을 일본 언론도 인정하고 있다. 2월 국회에서 야당의 검증 요구에 “역사학자들에게 맡기겠다”며 확답을 피하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에게 아베 총리가 뒤를 돌아보며 “확실히 말하라”라고 지시하던 장면은 NHK로 생중계됐다.
서한은 또 극우 입맛에 맞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보고서를 “사실(fact)에 충실히 근거했다”고 주장했다. 검증단 5명 중 3명이 여성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검증 보고서의 요점(main point)은 “고노 담화에 담을 표현에 대한 심도 있는 조율(in-depth coordination on the language)이 한국과 이뤄졌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고노 담화 발표 이후 위안부 문제를 거론한 한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어 고노 담화 사후 조치와 관련해 “우여곡절(twists and turns)이 있었지만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한국의 위안부 출신 61명이 일본 국민의 기부금으로 마련된 위로금을 1인당 200만 엔씩 지급받았으며 일본 정부의 기부금으로 마련된 의료 및 복지지원비로 1인당 300만 엔씩 받았다고 명시했다. 일본은 할 만큼 했는데 한국이 계속 트집을 잡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고노 담화를 흔들어놓고서도 서한은 “(검증을 통해) 고노 담화를 결코 훼손(denigrate)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은 22일 “위안부 상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국가에 영문판을 만들어 사실을 설명하면 좋겠다”며 국제 홍보전을 촉구해 검증을 추진한 아베 정권의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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