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베트남 ‘남중국해 밀월’… 긴장하는 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4일 03시 00분


깜라인만 기지 러에 우선 사용권… 조선소-헬기-원전 합작도 추진
영유권 갈등 中 “뜻대로 안될 것

“베트남전에서 옛 소련제 AK-47 자동 소총을 사용해 미국의 침입에 저항했던 베트남이 이제는 러시아의 힘을 빌려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1일 베트남과 러시아의 관계가 밀접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중국의 관영 매체까지 나서 베트남-러시아 관계 강화를 우려하는 것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저 석유 굴착으로 중국과 베트남의 영토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의 러시아 끌어들이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17일에도 베트남 깜라인 만 기지에 러시아 해군 군함 3척이 진입해 보급을 받는 등 러시아의 베트남 복귀가 구체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베트남전 패전으로 미국이 철수한 뒤 깜라인 만에 태평양함대 기지를 두었으나 한 해 약 3억 달러에 이르는 임차료가 부담돼 2002년 깜라인 만에서 20여 년 만에 철수했다. 하지만 시사(西沙)군도에서 중국과 영토 갈등을 빚는 베트남이 적극 구애하면서 다시 동남아시아 진출의 교두보 삼아 돌아오고 있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전략 요충지로 꼽히는 깜라인 만의 우선 사용권을 러시아에 부여하고 있다. 깜라인 만은 면적이 98km²로 수심도 깊어 40척가량의 대형 군함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환추시보는 “베트남이 러시아를 전략적 맹방으로 삼거나 미국으로부터 첨단 무기를 들여와 중국을 견제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아태및글로벌전략연구원의 쉬리핑(徐利平) 연구원은 “베트남의 일련의 조치는 러시아를 남중국해의 분쟁에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트남이 매년 15억 달러의 군수 물자를 구입해 러시아의 5대 수출국에 올라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 밖에도 깜라인 만에 조선소를 건설하고 2011년 판매 계약을 맺은 6척의 잠수함을 올해 베트남에 인도한다. 또 러시아는 베트남의 첫 핵발전소 건설을 돕고 있고 헬기도 함께 생산하는 등 다방면의 합작 사업도 추진 중이다.

환추시보는 이어 베트남이 중국의 석유 굴착 작업에 맞서기 위해서 미국 끌어들이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베트남과 러시아의 밀월로 무기 수출 기회가 러시아에 넘어가는 것에 대응해 무기 수출 제한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테드 오셔스 신임 베트남 주재 미국대사는 이와 관련해 17일 미 상원에서 “현재 베트남에 살상 무기 판매와 이전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남중국해#영유권#소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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