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뜻 받들어… 伊 마피아 소탕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5일 03시 00분


조직원 95명 체포-사업체 압수… 100년전 뉴욕경찰 살해범도 밝혀내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피아 조직원에 대한 ‘파문’을 선언한 가운데 23일 이탈리아 경찰이 대대적인 마피아 검거 작전에 나서 이번에는 과연 마피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은 시칠리아 섬의 중심도시 팔레르모에서 악명 높은 마피아 조직 ‘코사 노스트라’ 소속의 조직원 95명을 강탈과 마약 밀매, 돈세탁 혐의로 체포하고 수백만 유로 규모의 사업체 자산을 압수했다. 시칠리아 경찰의 칼로게로 시베타 경감은 “2년간의 수사 끝에 마피아 패밀리 2개의 두목과 조직원들을 완전 소탕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앞서 교황은 21일 마피아 조직 은드랑게타의 본거지인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를 찾아 마피아와 가톨릭교회의 유착관계를 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전 협의는 없었지만 교황의 ‘마피아 파문’ 선언에 맞춰 경찰이 시칠리아에서 마피아 조직을 대대적으로 검거하고 나선 것은 마피아 척결을 위해 교회와 국가가 공동전선을 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칠리아 경찰은 수개월간 마피아 조직원들을 도청하며 준비하다가 ‘종말(Apocalypse) 작전’으로 명명한 검거 작전에 나섰다. 특히 이 과정에서 100년 이상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던 뉴욕 경찰 살해사건의 범인을 색출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1909년 당시 첩보 임무를 받고 팔레르모를 찾아온 뉴욕 경찰 조 페트로시노. 마피아 조직원인 도메니코 팔라초토(28)는 자신의 아우디 승용차에서 동료에게 “내 아버지의 삼촌이 조직의 ‘대부’인 돈 비토 카시오 페로의 명령을 받고 뉴욕 경찰을 살해했다. 우리 패밀리가 그의 살해 사건 100주년을 축하했다”고 말했다.

이번 검거 작전 과정에서 또 ‘반(反)마피아’ 활동에 앞장서온 정치인 피에트로 프란체티가 마피아의 도움으로 선거에서 표를 매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코사 노스트라는 또 팔레르모 서부 지역의 다수 상점과 건설 현장에서 보호비를 명목으로 돈을 뜯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유명 정육점에 자신들이 공급하는 육류를 납품받으라고 강요했으며 사업체에서 가로챈 돈으로 축구 경기에 돈을 거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하기도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마피아 소탕#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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