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인지뢰 생산중단 “한국 안보엔 영향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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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금지’ 오타와협약 가입 추진… “한반도 상황에 맞는 해결책 찾을 것”


미국 정부가 27일 앞으로 대인지뢰(APL)를 생산하거나 구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모잠비크 마푸투에서 열린 지뢰금지 국제협약인 ‘오타와협약’ 3차 검토 회의에 참석한 미 대표단이 대인지뢰 생산 및 구매 금지 방침을 선언했다”며 “미국은 오타와협약에 가입하기 위한 해결책을 꾸준히 찾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언제 오타와협약에 가입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1999년 발효된 오타와협약은 모든 대인지뢰의 생산, 사용, 비축, 이동을 금지하고 매설된 지뢰를 제거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 협약에는 현재 161개국이 가입했지만 미국을 포함해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 인도 등 34개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미국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타와협약 가입을 추진했지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철회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임기를 시작하면서 지뢰 정책 재검토를 지시했고 그 후 5년 만에 대인지뢰 생산 및 구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미국은 오타와협약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1993년 이후 지뢰 등 재래식 무기 제거를 위해 90개국 이상에 2억3000만 달러를 지원해 왔다. 2008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78개국에 1억1100만 개의 지뢰가 매설돼 있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1만5000∼2만 명에 이른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은 현재 300만 개 이상의 대인지뢰를 비축하고 있으며 이 지뢰들은 10년 내에 효용이 떨어지고 20년 뒤에는 유효 기간이 완전히 끝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대인지뢰 금지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지만 비축 중인 지뢰 300만 개의 파기는 제외시켰다는 점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인지뢰의 문제는 1997년 시민단체인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조디 윌리엄스 ICBL 조정 책임자는 27일 “미국이 아직도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편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협약 가입 방침이 동맹인 한국 방어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한국과 북한 경계 지역의 안보(약화)에 전문가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동맹인 한국의 방어를 지원할 의무나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헤이든 NSC 대변인도 “한반도 상황은 특별하다”라며 “오타와협약의 요구에 맞추면서도 강고한 한반도 안보 태세를 유지할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인 랜디 포브스 하원의원(버지니아 주)은 “대인지뢰 생산 구매 중단이 한반도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휴전선 일대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가 북한의 남침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오타와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현재 DMZ에는 남북한과 미국이 파묻은 지뢰가 100만 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대인지뢰 생산중단#APL#지뢰 금지#오타와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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