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中엔 전쟁 일삼는 유전자 없다”… 美에 직격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0일 03시 00분


‘평화공존 5원칙’ 60주년서 강조
“어느 국가도 국제문제 독점 안돼”… 亞중시 외교 美에 노골적 불만 표출
갈등 회피 ‘신형대국관계’ 언급 안해… 27일엔 “국경-해안방어 철옹성 구축”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모든 국가의 주권은 평등하다. 어떤 국가도 국제 문제를 독점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을 직접 겨냥한 발언으로 시진핑 식 강경외교가 본격화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2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원칙 발표 60주년 기념식’에서 “자신의 절대적인 안전을 추구하려고 다른 국가의 안보를 희생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각국이 자주적으로 선택한 사회 제도와 발전 경로를 인정해야 한다. 불법적 수단으로 다른 나라의 합법적 정권을 전복하려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법률은 공동의 준칙이다. 이를 적용할 때 이중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되며 법치를 명분으로 다른 나라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거나 파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 외교 노선의 근간인 평화공존 5원칙을 설명하면서 나왔다. 그는 “중국인의 피에는 마음대로 특정 지역의 주인을 자처하고 무력을 남용해 전쟁을 일삼는 유전자가 없다”며 미국의 행태를 에둘러 비판했다. 또 그는 “(안보 측면에서) 한 국가만 안전하고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지난달 상하이(上海)에서 내놓은 아시아 안보협력기구 창설을 상기시키는 주장을 펼쳤다. 내정 불간섭 등을 뼈대로 하는 5원칙을 재차 강조하면서 아시아에서 헤게모니를 강화하려는 미국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문제연구원 리밍장(李明江) 부교수는 “중국이 아태 지역의 안보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시 주석의 발언은 이 지역에서 중미가 함께 가져갈 공통의 이익이 많지 않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이날 5278자의 연설에서 지난해 3월 취임 뒤 대미 외교 노선으로 제시해 온 ‘신형대국관계’를 언급하지 않았다. 신형대국관계는 중국이 경제 발전에 매진하기 위해 미국과의 갈등을 피하고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시 주석이 신형대국관계를 거론한 것은 지난해 6월 미 캘리포니아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회동했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군사평론가 자오추(趙楚)는 홍콩 밍(明)보에 “중국의 최고 지도부가 전략 순서에서 국가 안보를 경제 발전과 동등한 위치에 올려놨음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 징시(京西)호텔에서 열린 제5차 전국변경해안방어공작회의에서 “변경(국경)과 해안 방어에서 철옹성을 구축하라”고 지시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근대사에서 중국이 서방세력에 당한 치욕을 언급하며 “국가 주권과 안보를 (국가 전략의) 맨 위에 놓고 총체적인 안보관을 관철하고 변경과 해상 주권 수호 활동을 주도면밀하게 조직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시 주석은 평화공존 5원칙을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 ‘평화공존 5원칙 우의상’과 ‘평화공존 5원칙 우수 장학금’을 설치하기로 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시진핑#미국#시진핑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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