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올해 안에 마무리 짓기로 합의한 것이다. 식품, 어업,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을 더욱 공고히 다질 실질적인 방안도 눈에 띈다.
이번 합의로 양국 정상은 지난해 9월 1단계 협상이 끝난 뒤 10개월 가까이 교착상태에 머무르던 FTA 협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돌파구를 마련했다. 한중 FTA가 성공적으로 타결되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경제협력의 대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중 FTA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과 중소기업의 반발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 양국 정상 ‘FTA 연내 타결’ 합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연말까지 한중 FTA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시한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타결 의지를 천명한 만큼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 양국 정상이 “FTA 협상이 조속히 다음 단계로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하자”고 합의한 뒤 3개월 만에 1단계 협상을 마무리한 전례에 비춰 보면 한중 FTA의 연내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게 점칠 수 있다.
양국은 1단계 협상을 통해 품목 수 기준 90%, 수입액 기준 85%의 자유화(관세 철폐)에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양허수준을 조율하는 2단계 협상에서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 농수산물 시장 개방을 막으면서 석유화학, 자동차 등 제조업과 서비스시장의 개방을 요구하는 반면 중국은 한국 측이 농수산물 시장 장벽을 철폐해야만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당장 이달부터 속도를 내 연내 타결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개월에 한 번씩 개최하던 협상을 더 자주 열 것”이라며 “쟁점에 대한 합의만 도출하면 시간을 오래 끌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농민·중소기업 반발이 최대 관건
농민과 중소기업의 반발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가 문제다. 정부는 그간 “한국에서 한 포기라도 나는 농산물은 추가 개방이 어렵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하지만 연내 협상 타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결국 농수산물 및 경공업 분야에서 일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 통상이익 극대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가뜩이나 값싼 중국산 물품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는 관련 분야 종사자에게는 생존의 기로가 달린 문제다.
최필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은 “과거 FTA 사례에서 보듯, 농민과 중소기업을 설득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취약분야 보호를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협상장에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국에 김치 수출길 열릴 듯
양국은 FTA뿐 아니라 식품, 어업, 금융, 첨단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조하기로 했다.
그간 막혀 있던 김치의 중국 수출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은 절인 채소류에서 대장균군(대장균 및 그와 유사한 균)이 100g당 30마리가 넘게 나오면 수입을 금지하는 수입위생기준을 근거로 김치 수입을 막고 있다. 중국은 이번에 이 수입위생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소득 수준이 높은 중국인들이 한국 김치를 선호하는 만큼 수출길이 열리면 농가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원-위안화 직거래 외환시장이 개설되면 위안화를 사거나 팔 때 지금처럼 달러를 매개로 할 필요가 없어져 △환전수수료 절감 △결제통화 다변화에 따른 대외건전성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서해의 불법어업 활동을 단속하는 데도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불법어업에 공동 대응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공동성명서 등에 서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을 꺼려왔는데 이번에 태도의 변화를 보인 것이다. 또 ‘창조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창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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