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9300km 통일대장정 “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8일 03시 00분


고려인협회-러 극동개발부 “北측으로부터 군사분계선 통과 구두 승인 받아”
30명 모스크바∼부산 자동차랠리, 광복절에 휴전선 통과 계획
“한반도 통일-관계 개선 기대”

러시아를 거쳐 한반도 통과가 목표인 고려인 자동차 랠리 개막식이 7일 러시아 모스크바 남부 프로프소유즈나야 거리의 러한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왼쪽 사진은 개막식 직후 고려인들이 탄 스포츠유틸리티 승용차가 시베리아를 향해 행사장을 떠나는 장면. 오른쪽은 이석배 
주러 한국대사관 정무공사가 축사를 읽는 장면. 주러 한국대사관 제공
러시아를 거쳐 한반도 통과가 목표인 고려인 자동차 랠리 개막식이 7일 러시아 모스크바 남부 프로프소유즈나야 거리의 러한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왼쪽 사진은 개막식 직후 고려인들이 탄 스포츠유틸리티 승용차가 시베리아를 향해 행사장을 떠나는 장면. 오른쪽은 이석배 주러 한국대사관 정무공사가 축사를 읽는 장면. 주러 한국대사관 제공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에 사는 고려인들이 7일 자동차를 타고 러시아(모스크바∼시베리아∼하산)를 거쳐 남북한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시도하는 대장정에 들어갔다.

고려인 자동차 대장정을 추진해온 전(全)러시아고려인연합회(고려인협회)와 러시아 극동개발부는 이날 오전 11시(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남부 러한문화센터에서 자동차 랠리 개막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조 바실리 고려인협회 회장은 “고려인 자동차 대장정이 남북한 통일과 남북 관계를 푸는 데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러 북한대사관의 강성호 공사참사는 연설에서 “이번 자동차 행진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행진이 되도록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고려인 대장정은 ‘한인 러시아 이주 150주년’ 행사 중 하나로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조선시대 말 제정러시아 연해주에 거주하던 한인들은 이오시프 스탈린이 통치하던 1930년대 ‘일본의 첩자’ 등의 누명을 쓰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강제이주를 했다. 러시아 정부는 1991년 12월 옛 소련 붕괴 이후부터 소련시대 탄압받았던 고려인들에 대해 복권 조치를 내렸다.

이날 개막식이 끝나자 고려인 30여 명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 12대에 나눠 타고 9300km에 이르는 대장정에 올랐다. 이들은 이달 하순 시베리아 중심 도시인 이르쿠츠크를 거쳐 8월 7일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계획이다. 이어 러시아-북한 접경지역인 러시아 하산역에서 자동차를 기차에 싣고 두만강을 건넌 뒤 8월 15일 MDL을 통과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개막식에 나온 고려인들은 “이미 북한 측으로부터 MDL 통과에 구두승인 통보를 받았다”며 “북한과 남한까지 이어지는 자동차 랠리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일본과 스탈린에 억압받던 고려인들의 한과 염원이 담긴 대장정”이라며 “고려인들을 태운 자동차가 휴전선을 통과하는 순간 남북한 모두가 통일 문제를 새롭게 보고 자극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석배 주러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는 축사에서 “이번 대장정이 남북 교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까지 MDL 통과에 필요한 문서를 고려인협회나 대장정팀에 건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러시아 정부가 막판 조율에 나섰지만 북한 측이 고려인협회와 MDL 통과에 대한 협의를 끝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 viyonz@donga.com·조숭호 기자
#고려인#통일대장정#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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