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바칠 상납금 없어… 총련의장 방북 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북한-안보]
김일성 20주기 선물용 모금 저조… 日 대북제재 해제후 첫 방문 무산

허종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의장이 김일성 사망 20주기(8일)에 맞춰 북한을 방문하려 했으나 상납금을 마련하지 못해 포기했다고 산케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허 의장이 이번에 방북했다면 일본의 대북 제재 해제 혜택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그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한국의 국회의원)이면서도 일본이 총련 간부의 재입국을 금지해 2012년 5월 취임한 뒤 한 번도 북한을 방문하지 못했다.

허 의장은 방북 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바치기 위해 총련 산하 단체와 상공인들에게 상납 자금을 독촉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돈이 모이지 않았고 결국 방북을 단념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총련 소속 교포들은 지난달 30일 주일 북한대사관 역할을 해 온 총련 건물에 대한 법원의 매각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기 위해 공탁금 1억 엔(약 10억 원)을 냈기 때문에 돈을 더 상납할 여력이 바닥났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대북 제재 해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총련에서 북한에 송금할 수 있는 여유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47만 명에 육박하던 총련 인원이 한국 국적 취득 및 귀화 등으로 최근 5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일본 당국은 추산한다. 총련 소속 상공인들의 주력 사업이던 빠찡꼬 업계가 경쟁 격화와 일본 정부의 세무조사 강화로 절반 이상 부도가 난 것도 자금 사정 악화의 한 요인이다.

한일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송된 친척이 대부분 사망해 북한과 끈이 없어졌거나 계속된 송금 요구에 지겨워하며 등을 돌리는 교포도 많다”며 “1990년대 연 600억∼900억 엔에 이르던 대북 송금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총련 관련 제재 해제에 매달려온 것은 북-일 협상이 급진전되면 대규모 경제협력 자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창구’로 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허종만 방북 포기#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상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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