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병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 전환을 가져온 연구를 인턴 직원이 해냈다. 그것도 스물한 살 된 의대 학부생이다.
주인공은 영국 뉴캐슬대 의대 3학년생인 조 암스테드 씨(사진). 그는 최근 권위 있는 과학잡지 ‘더 퍼블릭 라이브러리 오브 사이언스’에 난치성 질환인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의 새로운 원인을 규명한 논문의 저자 3명 중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은 이 병을 앓는 30개국 7만5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전체 환자의 절반가량(47.7%)이 아스페르길루스 곰팡이에 감염됐음을 밝혀냈다. 1930년대 처음 발견된 낭포성 섬유증은 체내 점액을 과잉 생산시켜 두껍고 끈적거리는 점막으로 폐와 췌장 같은 장기 기능을 방해해 호흡과 소화에 문제를 일으킨다. 또 세균에 쉽게 감염돼 당뇨나 간 질환 같은 합병증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이 병은 낭포성 섬유증 유발세포막단백질(CFTR)이란 특정 유전자의 결함 탓으로만 여겨져 왔다. 주로 백인에게서 발병하며 미국과 영국이 발병률 1, 2위이다.
암스테드 씨는 2학년이던 지난 여름방학에 오랫동안 꿈꿨던 히말라야 산행이 무산되자 고향인 맨체스터의 위던쇼 병원에서 인턴 직원 자리를 얻었다. 처음 맡겨진 일은 전 세계 낭포성 섬유증 환자 수를 조사하는 것. 그는 이런 통계치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병과 관련된 이들에게 일일이 e메일을 보내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여름방학 내내 수백 시간을 쓰고도 모자라자 학교로 돌아간 뒤에도 무급으로 9개월간 더 조사에 매달려 7만 명이 넘는 환자의 정보를 입수했고 이를 토대로 낭포성 섬유증과 곰팡이의 관계를 밝혀냈다.
그는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 낭포성 섬유증 학회에서 발표한 유일한 학생이 됐다. 호흡기내과 의사를 지망하는 그는 현재 3학년 기말고사 중이라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을 사양하기에 바쁘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데이비드 데닝 교수는 “암스테드 씨는 낭포성 섬유증의 진단과 치료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오도록 이끌었다. 낭포성 섬유증으로 고통 받는 많은 환자가 몇 년 안에 그와 그의 업적에 감사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