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가까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총 3조 6300억 달러를 풀어왔던 1∼3차 양적완화(QE) 조치를 올 10월 마무리한다. ‘경기부양책에서 졸업하겠다’는 의미로 이제 관심은 미국이 언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9일 공개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통해 경기가 현 추세대로 개선되는 것을 전제로 10월 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조치를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양적완화 종료 시점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기도 경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연말보다 당겨졌다. 회의록은 “올 12월 회의까지 채권 매입액을 50억 달러 남겨놓는 대안도 논의됐지만 대부분의 위원은 (10월에 끝내는 것이) 거시경제에 별 영향이 없다고 봤다”고 명시했다.
2012년 9월부터 매달 400억 달러의 채권을 매입하는 것으로 시작된 3차 양적완화 조치는 2013년 1월부터 850억 달러로 규모가 늘었다. 미 경제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 올 1월부터 매달 100억 달러씩 줄여 나가는 출구전략을 단행했다. 이번에 경기부양책 종료 시점까지 명시한 것은 그만큼 연준이 미 경제 회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3일 발표된 6월 실업률은 6.1%로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였다. 6월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는 28만8000명(계절 조정치)으로 1990년대 말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20만 명을 넘어섰다. 연준이 가장 중요시해온 고용지표가 뚜렷한 개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47% 상승한 16,985.61로 마감했다. 시장이 미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한 데 이어 연준이 회의록에서 양적완화 종료 이후에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데 안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조기 금리 인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기 부양에 힘을 실어온 ‘비둘기파’들조차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 비둘기파인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당초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를 2016년 1분기로 예측했지만 최근 내년 3분기로 수정했다. 폴 애슈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3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 상승과 직결되는 임금상승률과 소비지출액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어서 조기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유럽중앙은행이 유로존의 경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뒤늦게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서 미국이 홀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연준은 의사록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경제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는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연준이 언제든지 ‘깜짝 금리 인상 카드’를 빼들 가능성을 시장에 경고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