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성장률-높은 인플레 불만 증폭… 호세프 대통령 지지율 곤두박질
멕시코에 비해 증시 30% 저평가… 누가 당선되든 시장개혁 기대감
10월 5일 선거에 투자자 관심 쏠려
브
라질이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주축 공격수 네이마르와 수비의 핵이자 주장인 치아구 시우바의 결장이 주된 이유라고는 하지만 안방에서 1-7이란 스코어로 대패한 것은 브라질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금융업계에서는 ‘1%’밖에 안 되는 경제성장률과 ‘7%’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고 있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다. 월드컵이 끝난 지금 투자자들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브라질 경제 및 주식시장의 이슈는 10월 5일 열릴 선거다. 정·부통령을 비롯해 27명의 주지사와 상하원 의원을 뽑는다.
브라질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브라질의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에 그쳤지만, 물가는 6% 이상 올랐다. 중앙은행은 올해도 금리를 1%포인트 올려 11%까지 인상했다. 경기를 부양해도 시원치 않은 형국에서 금리를 올리는 긴축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올해 브라질 주식시장은 소리 없이 강했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연초 이후 5% 이상 상승했다. 헤알화도 달러 대비 6% 이상 강세를 보여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이슈와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던 신흥국가 시장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지속적인 부양정책과 미국의 낮은 금리 등 긍정적인 요인에 따라 반등한 면도 있다.
브라질 시장에 국한해서 보자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 현재 여당인 노동당(PT)의 지나친 시장 간섭과 포퓰리즘, 부정부패로 지난 4년간 브라질은 외국인투자가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절대적인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잠재 성장률 자체가 낮은 브라질에서 만성적인 고물가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회적 기관망을 확충해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의 지출은 과도하게 현재의 소비, 즉 공무원의 월급과 연금 등에만 치우쳐 있었다. 자국민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민간투자는 높은 소비 성향과 낮은 저축률 때문에 금리가 높은데도 쉽게 늘지 않았다.
대안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강세였던 시기에는 직접투자가 비교적 활발했으나 가격 하락과 맞물려 복잡한 세제와 비효율적인 정부 정책이 외국인투자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달 14일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37%였던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4%로 하락해 2위인 아에시우 네베스 사회민주당(PSDB) 후보와의 격차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해 10월 26일 결선 투표까지 갈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네베스 후보 등 야당 후보들의 예상 득표율을 합치면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물론 아직 인지도 면에서 호세프 대통령이 유리한 상황이다. 또 같은 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등장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어쨌든 누가 당선되더라도 현재보다는 시장에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지배적이다.
중남미에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가장 신뢰를 주는 나라는 칠레와 멕시코다. 중도좌파인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개혁과 변화를 강조하며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2012년 말 당선된 엔리케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 역시 에너지를 비롯해 전 분야에 걸친 개혁을 내세우며 지난해 낮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남미의 맹주라고 불리는 브라질의 주식시장이 멕시코에 비해 30% 이상 저평가된 것은 정부가 가진 개혁 의지의 차이 때문이다.
브라질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지 예측하기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부패 척결과 개혁에 대한 새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만이 브라질의 미래를 밝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지금 브라질 주가는 그 기대감으로 상승하고 있다. 월드컵에서는 4강 문턱에서 국민들을 울렸던 브라질이 선거가 끝난 뒤에는 국민들을 웃게 해주길 바란다. 김영환·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법인·라틴아메리카부 최고투자책임자(CIO) 및 리서치 대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