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러 핵심기업들 추가제재… 러 “쿠바 감청기지 재가동” 맞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우크라이나 사태 놓고 관계악화… 푸틴 “양국관계 막다른 길로” 경고

미국이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세력을 지원한 혐의로 러시아 핵심 에너지 기업과 금융기관 등에 추가 제재를 단행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쿠바에 있는 대미 스파이부대를 13년 만에 재가동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와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금융자회사인 가스프롬뱅크, 최대 민영 가스회사인 노바테크, 그리고 국가경제개발은행 등이 미국 시장에서 중장기 자금 조달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8개 국영 방위산업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 최고위 관리를 포함한 4명의 러시아인, 크림 반도의 석유 선적시설, 동부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조직 등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계 독립주의자들에게 군사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정보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최근 동부지역에서 군 수송기가 피격된 것은 러시아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인 및 기업의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 등 이전의 제재보다 확대된 조치로 평가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의 행동이 러시아 경제를 무너뜨리고 외교적인 고립을 초래한다는 것을 러시아 지도부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통화를 한 뒤 전격적으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정상들도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 독립을 침해하거나 위협하는 기업 등을 제재하기로 결의하고 명단 작성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러시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브라질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이번 제재는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완전히 막다른 곳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과 미국인에게 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전했다.

특히 미국의 제재에 맞서 러시아는 1964년 쿠바에 설치했다가 2001년 가동을 중단한 루르데스 감청기지를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고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가 보도했다. 미 플로리다 해안에서 250km 떨어진 아바나 남쪽 지역에 있는 감청기지는 미군 잠수함과 선박 위성의 전파신호 감시가 주목적이다. 옛 소련이 해외에서 운영한 가장 큰 비밀 군사시설로 한때 직원 3000여 명이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비용 절감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유로 2001년 기지 사용을 중단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우크라이나#러시아#오바마#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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