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유해 송환기원 ‘검은리본’… 400년 러시아와 우호관계도 흔들
자국서 稅혜택 기업, 미사일생산… “세금이 국민 죽이는데 사용” 분노
“그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를….”
브라질 월드컵 4강에 올라 오렌지 빛깔로 환호하던 네덜란드 전역이 월드컵 폐막 1주일 만에 검은색 물결로 뒤덮였다. 자국민 193명이 희생된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 격추 사건을 네덜란드인들은 “우리에게 닥친 9·11테러”라며 슬픔에 잠겼다.
BBC는 네덜란드인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프로필과 사진을 검은색 사각형이나 검은색 리본으로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에서는 희생자 유해의 송환을 기원하며 ‘그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내라’(#BringThemHome)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네덜란드는 제정 러시아 이후 약 400년 동안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다. 네덜란드 해외투자의 16%, 국내투자의 12%가 러시아와 관련돼 경제적 유대관계도 깊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는 크림 반도 합병사태 이후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 과정에서도 유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여객기 격추 사건 이후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들이 희생자들의 유류품을 약탈하고 시신을 함부로 다루자 분노하는 네덜란드인들이 많아졌다.
또 네덜란드 현지 언론들은 MH17을 격추시킨 데 사용된 부크 미사일의 생산에 네덜란드 자위다스 경제구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업은 러시아 국영 방산기업인 로스텍이 지분 100%를 가진 계열사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자위다스 지역은 입주 기업들에 상당한 세금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에 “네덜란드의 세금 혜택을 받아 만든 미사일이 네덜란드 국민을 죽이는 데 사용됐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은 21일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많은 이들이 ‘최소한 사랑하는 이들과 품위 있는 작별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 좌절과 아픔을 잘 이해한다”고 위로했다.
한편 네덜란드에서는 일상적 삶이 계속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로테르담 음악축제인 ‘크레이지 섹시 쿨 페스티벌’이 19일 열리는 등 여러 곳에서 주말 축제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NYT는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는 법치주의 전통이 강해 일단 감정을 자제했다가 사건 전모가 명확해진 뒤에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희생자 유가족의 직접적인 반응을 언론에서 찾아볼 수도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현장의 끔찍한 소식이 전해졌지만 유족들의 반응은 ‘침묵’에 가깝다”며 “이는 정부의 ‘철통 보안’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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