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99만 m²(약 30만 평)가량의 대지에다 빌라 등을 지으려던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국 교민 S 씨는 요즘 당황하고 있다. 당초 투자 의향을 보였던 중국인들이 “지사가 바뀔 때마다 제도가 달라지는 제주도에 투자해도 되겠느냐”며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베이징칭녠(靑年)보가 ‘제주도가 중국 자본투자에 볜롄(變검·변검)하나?’라는 기사를 내보낸 뒤 투자와 관련한 제주도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변검은 얼굴에 쓴 가면을 순간적으로 바꾸는 중국의 전통 공연으로 행정의 연속성이 없는 것에 대한 비판의 뜻을 담고 있다.
이 신문은 “원희룡 신임 지사가 투기성 중국 자본에는 반대하며 제주도 전체가 차이나타운이 되는 것을 우려해 중국 기업의 투자에 중지 또는 재검토 통보를 내렸다”며 “주한 중국대사관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한국에서도 다른 외국 기업 투자가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국영 라디오 방송 인터넷판인 중국광보왕(廣播網)도 “원 지사는 대부분의 중국 투자가 투기자본이라는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중국 언론의 ‘한국 투자 경계령’은 제주도가 5월 28일 건축설계 변경 허가를 내준 ‘제주드림타워’의 건축허가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이 주요 이유다. 중국 굴지의 부동산 개발그룹인 상하이 뤼디그룹이 롯데관광개발 자회사인 동화투자개발과 합작으로 제주시 노형동에 짓고 있는 제주드림타워는 지하 5층, 지상 56층의 제주 최고층 빌딩이다. 2017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호텔과 콘도미니엄 2개동,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도민은 교통 정체와 경관 파괴, 초고층 빌딩의 안전 문제 등을 들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원 지사는 신동아 최근호 인터뷰에서 “뤼디그룹과 재협상하고 상생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내려진 행정조치를 뒤집는 것이 아니라 허가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라며 “상호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중국계 부동산 업체인 L사가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공원’ 내에 건립을 추진 중이던 ‘리조트월드 제주’ 사업도 지난달 24일로 예정됐던 기공식이 취소됐다. 유니버설스튜디오형 월드테마파크 등이 ‘신화역사공원’이라는 이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건축허가 신청 면적이 사업승인 면적과 다르다는 이유로 보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자본이 매입한 토지는 제주도의 0.16%에 불과하고, 지난해 181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중국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은 채 자본 투자에 부정적인 분위기에 불만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민 S 씨는 “원 지사가 31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어떤 발표를 할지 중국 투자가들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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