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부부의 의뢰를 받아 태국인 대리모가 낳은 쌍둥이 중 한 아기가 장애를 앓고 있다는 이유로 친부모로부터 버려져 생명윤리 논란은 물론이고 대리모 제도 폐지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2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가미라는 이름의 이 아기는 지난해 12월 태국 방콕 남동부 촌부리에서 대리모 빠따라몬 찬부아 씨(21)를 통해 쌍둥이 중 아들로 태어났다. 애를 낳지 못하는 호주인 부부가 태국인 대리모에게 1만4900달러(약 1546만 원)를 주기로 하고 출산을 시도했다. 대리모 찬부아 씨는 자신의 두 자녀를 학교에 보낼 교육비를 마련하고 빚도 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받아들였다.
하지만 가미가 태어난 뒤 다운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자 호주인 친부모는 건강한 딸아이만 데려갔다. 친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가미는 현재 찬부아 씨가 양육하고 있다. 가미는 선천성 심장질환도 앓고 있지만 거액의 비용 때문에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폐렴에 걸려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대리모에게서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버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정의 친부모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호주 정부는 논란이 커지자 국외 원정을 통한 대리모 출산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형편에 가미의 양육 책임까지 떠안은 찬부아 씨는 “아기를 내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른 자식들과 똑같이 대하고 있다”는 말로 주변을 감동시켰다.
딱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2일 오후까지 호주 자선단체의 온라인 모금에 약 500만 밧(약 1억6100만 원)이 모였다. 덕분에 가미는 심장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호주 자선단체 측은 “이 수술로 가미의 미래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리모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지하 대리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일 보도했다.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의 대리모 알선 회사는 자녀를 출산하지 못해 고민하는 고객이 찾아오면 “여러분의 DNA를 가진, 원하는 성별의 아이를 24만 달러(약 2억4900만 원)에 시골 여성의 몸을 통해 낳아주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4개 도시에 지점이 있고 연간 300명가량의 아이를 대리모를 통해 출산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중국에서 지하 대리모 사업이 번창하는 배경에는 공기 물 토양 오염 등으로 불임률이 높아지는 것이 원인이다. 중국 위생부에 따르면 2010년 불임률은 12.5%로 20년 전의 3%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또 한 가정 한 자녀 산아제한 정책이 완화되고 아이를 낳지 못하면 불효라는 문화적 배경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한 해 1만 명 이상이 대리모를 통해 태어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위생부는 2001년 8월 어떤 형태의 대리모 시술도 불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수백 개의 대리모 알선 웹사이트가 성업 중이다. 최근에는 명문인 베이징외국어대의 한 여학생이 대리모를 해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톈진(天津) 난카이(南開)대 왕빈(王彬) 교수(법학)는 “대리모 수요가 있는 만큼 지하시장도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계 등을 위해 대리모를 하겠다는 농촌 처녀가 많은 것도 시장을 받쳐주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