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여성 2명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진 앞에서 사과를 먹으며 러시아의 폴란드 사과 수입 금지 조치를 조롱하고 있다. 사진 출처 트위터
“하루 한 개의 사과가 푸틴을 쫓아낼 수 있다!”
요즘 폴란드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난데없이 사과를 먹는 셀카(셀프카메라·자가 촬영) 사진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 격추 사건 뒤 미국과 서방의 제재를 받은 러시아가 폴란드에 ‘사과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1일 폴란드 사과에서 과도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폴란드의 과일과 채소 수입 금지를 단행했다. 폴란드 정부는 이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에 적극 찬성한 자국에 보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4억3800만 유로(약 6073억 원)의 사과 수출액 중 75%를 차지하는 러시아가 수입을 금지하자 폴란드 사과 재배 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에 폴란드 경제일간 ‘풀스비즈네수’는 사설을 통해 ‘하루에 사과 한 개씩 먹기’ 운동을 제안했고 범국민운동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페이스북에는 ‘사과를 먹어 푸틴 골려주기(Jedz Jablka Na Zlosc Putinowi)’라는 이름의 계정이 등장했다. 폴란드 농업장관을 비롯한 정치인들도 사과 먹는 셀카 사진을 올리고 있다. 바르트워미에이 시엔키에비치 내무장관은 TVN24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폴란드가 피를 흘리는 것보다는 사과 값을 지불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폴란드 최대 슈퍼마켓인 ‘폴로마켓’은 “범국민적인 사과 소비 캠페인에 동참한다”고 밝히면서 사과를 재료로 한 각종 요리법을 소개했다. 특히 사과 발효주인 ‘사이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지난 주말 바르샤바 시민의 절반 이상이 사과술에 취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 운동을 제안했던 언론인 그세고시 나바츠키는 “폴란드의 연대(Solidarity) 정신이 살아있고 우리가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모두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주변국과의 분쟁 때마다 ‘위생 문제’를 이유로 무역보복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에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소유한 회사의 초콜릿 수입을 금지했고 지난달 31일에는 우크라이나의 콩, 옥수수, 해바라기, 유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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