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인권운동 80대 할머니, 독재정권때 뺏긴 외손자 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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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정권에 빼앗긴 외손자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온 80대 할머니가 마침내 평생의 소원을 풀었다.

현지 언론은 5일 인권운동단체 ‘5월 광장 할머니모임’ 대표인 에스텔라 바르네스 데 카를로토 씨(84·사진)가 1970년대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처형된 딸이 옥중에서 낳은 손자를 DNA 검사를 통해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카를로토 씨의 딸인 라우라 씨는 라플라타대 역사학부를 다니며 반정부 운동을 벌이다 임신 3개월째인 1977년에 체포돼 투옥됐다. 이듬해 옥중에서 아들을 낳았지만 독재정권은 아기를 빼돌렸다. 라우라 씨는 아들을 낳고 두 달 뒤 처형됐다.

1975∼83년의 군사독재정권 시절 약 3만 명이 처형됐고 옥중에서 태어난 아기 500여 명이 장교 등 정권 지지층 가정에 입양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를 ‘더러운 전쟁’으로 부른다.

카를로토 씨는 딸이 처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자의 존재를 알게 됐고 손자를 찾기 위해 ‘5월 광장 할머니모임’을 결성했다. 이 단체는 군부독재 시절 감옥에서 태어나 다른 곳에 입양된 아이들이 친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찾은 카를로토 씨의 외손자는 이 단체가 찾아낸 114번째 아이였다. 자신의 신분에 의문을 품고 있던 외손자(36)는 ‘5월 광장 할머니모임’을 찾아가 DNA 확인을 의뢰했고, 그의 DNA가 카를로토 씨와 99.9%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외손자의 신원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그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라고 보도했다. 카를로토 씨는 “외손자와 통화를 했는데 아주 행복하게 잘 지낸다고 말했다”면서 “외손자가 마음을 진정한 뒤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아르헨티나#인건운동#독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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