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에 장애아 버린 생부, 아동 성범죄 전과까지 밝혀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14시 39분


태국인 대리모에게 장애를 앓고 있는 남자 아기 '가미'를 버리고 간 호주 부부에게 국제적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아기의 생부가 아동 성범죄 전과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대리모는 호주 부부가 데려간 가미의 쌍둥이 여동생을 걱정했다.

지난 6일 AFP통신,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호주 아동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서호주 번버리에 있는 가미의 친부모 집을 조사차 방문했으나, 집에 아무도 없어 허탕을 쳤다고 전했다. 이들 가족은 기르던 개까지 버리고 사라졌다. 빈 집에서 울부짖던 개는 동물보호단체가 데려갔다.

공무원들의 방문은 가미의 생부 데이비드 파넬(56)씨가 과거 아동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호주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호주 ABC에 따르면, 파넬 씨는 지난 1997년 13세 미만 소녀 2명을 성추행해 3년 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복역 중 그는 또 다른 범죄로 재차 기소됐다. 이번에도 피해자는 13세 미만 아동이었다. 모두 1990년대 중반 10달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파넬 씨는 이후 18개월 형을 추가로 선고 받고 복역했다. 소아성애자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하지만, 중국계인 파넬의 부인은 "남편은 좋은 사람이고, 사람은 실수하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파넬과 부인 웬디 리는 지난 2004년 중국 진장의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나 결혼했다.

파넬 씨의 아동 성범죄 전과 사실을 안 대리모 파타라몬 찬부아(21) 씨는 크게 놀랐다. 그는 "뉴스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여자 아기가 걱정된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아기를 돌려받고 싶다. 그 애는 내 딸이기 때문이다. 내 자궁에서 자랐다"라고 말했다.

서호주 아동보호국 대변인은 AFP에 "아이의 안전과 복지에 관한 모든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동의 복지에 중요하고 즉각적인 우려가 생길 경우, 우리는 그걸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경찰과 친척들을 통해 가족을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찬부아 씨는 지난해 파넬 씨 부부에게 1만4900달러(한화로 약 1540만원)를 받기로 하고 대리모 출산 계약을 하고, 같은 해 12월 태국 방콕의 남동부 촌부리에서 이란성 쌍둥이 남매를 낳았다. 하지만 부부는 다운증후군이 있는 가미는 버리고 건강한 딸만 호주로 데려갔다. 설상가상으로 선천성 심장질환까지 앓고 있던 가미는 가난한 찬부아 씨가 떠맡아야 했다. 찬부아 씨는 "아기를 내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른 자식들과 똑같이 대하고 있다"는 말로 주변을 감동시켰다.

가미의 딱한 사정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자 파넬 씨 부부에게 국제적 비난이 쇄도했다. 가미에게 온정의 손길도 이어졌다. 호주 자선단체의 온라인 모금에는 약 20만 달러(약 2억680만원)가 모였다. 덕분에 가미는 심장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호주의 이민 장관 스콧 모리슨은 찬부아 씨에게 "성자, 영웅"이라며 경의를 표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호주 시민권 자격을 가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파넬 씨 부부의 지인은 6일 호주 번버리 메일에 "가미가 하루도 살지 못할 것으로 믿고 떠났다"고 변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지인은 "태국 대리모가 계약했던 병원과 다른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했다"라며, "파넬 부부는 대리모가 마음을 바꿔 쌍둥이 여아도 주지 않을까봐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파넬 씨 측 변명은 미국 폭스 뉴스 등 여러 매체에 실렸으나, 독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댓글 란에는 "어떤 부모가 자기 아이가 하루밖에 못산다고 아이를 외국에 두고 자기들만 집에 오느냐?" 등 '비겁한 변명'이라는 반응이 다수 올라왔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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