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전쟁 사실상 재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9일 03시 00분


오바마 승인 하루만에 반군 공습
전투기 2대, 500파운드 폭탄 투하… 쿠르드군 공격한 IS 포병부대 파괴
오바마 “지상군 투입은 안할 것”

미국이 8일(현지 시간) 이라크 정부군을 위협 중인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미국이 IS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시작하면서 이라크 내전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로써 미국은 2011년 12월 이라크 완전 철군 이후 2년 8개월 만에 다시 이라크 사태에 개입하게 됐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IS의 포병부대가 이라크 북부 아르빌을 방어하는 쿠르드 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직후 반군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습에는 F-18 전투기 2대가 참여했으며 500파운드 무게의 레이저유도 폭탄을 투하해 포병부대를 파괴했다. 커비 대변인은 “미국은 미 국민과 미국 시설이 위협받을 때 IS에 직접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 공습을 예고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IS에 제한적 공습을 승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발표한 긴급 성명에서 “IS가 이라크 북부의 아르빌까지 진격할 때 발생할 민간인 대량 희생을 막기 위해 미군이 반군에 대한 선별적 공습(targeted airstrike)을 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쿠르드자치정부의 수도인 아르빌에는 현재 미국 영사관과 군사고문단 관계자 수십 명이 머무르고 있다. 그는 “우리는 미 국민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할 것이며 위험에 처한 동맹국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소수종파 야지디족 주민 4만 명을 이라크 북부 산악지대에 고립시키고 있는 IS의 포위망을 해체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미군이 공습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그는 이들이 집단학살(제노사이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산악지대에 고립된 야지디족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항공기를 이용해 식량과 물 등 구호물자를 긴급 투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군이 이날 C-130 수송기 2대와 C-17 수송기 1대를 동원해 1차로 식수 약 2만 L와 8000끼 분량의 비상식량을 투하했다고 전했다.

미군의 공습 개시로 4월 오바마 대통령이 “과도한 군사개입을 자제하겠다”며 발표한 대외정책 구상인 ‘신개입주의’ 노선이 다시 논쟁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점을 의식해 선별적 공습은 승인하되 지상군 투입 등 전면전은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또다시 전쟁에 말려들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라크의 대테러 전쟁을 지원하더라도 미군이 전투를 위해 이라크 땅에 돌아가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라크전쟁#오바마#쿠르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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