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미얀마를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9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아시아 태평양에서 중국의 권익을 미국이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제시한 남중국해 갈등 완화 방안을 거부하는 것이자 영토 및 주권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가 미국일지라도 할 말은 반드시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확고하게 국가주권과 해양권익을 지킴과 동시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견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케리 장관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중국 신원왕(新聞網)이 10일 전했다.
왕 부장은 이날 ‘아세안+중국(10+1)’ 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미국과 필리핀이 제안한 갈등 완화 방안을 비판하며 중국식 해결 방안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도발행위를 중단하자는) 이런 제안은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건설적이어야 한다. 새로운 말썽이나 분쟁을 만들거나 다른 의도를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 중국은 이를 완전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날 양자회담에 늦은 케리 장관에게 “당신이 30분 이상 늦었다”고 두 번이나 따져 끝내 “매우 죄송하다(I am very, very sorry)”라는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왕 부장은 9일 심야에는 ARF 참석차 미얀마에 도착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 양자회담을 가졌다고 일본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중일 외교장관이 ‘정식’ 회담을 가진 것은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일본 언론은 양국 외교장관이 정상회담 가능성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일본이 중국과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실제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왕 부장은 일중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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