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오바마 외교정책 비판…차기 대권행보 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16시 39분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라크 내전 사태 등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며 '거리 두기'를 시도하고 나섰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오바마 대통령과 자신을 한 묶음으로 엮어 공격하려는 공화당의 선거 전략을 무력화시키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10일(현지 시간) 발간된 시사지 '애틀란틱'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이 발호하도록 만든 것은 오바마 대통령 외교정책의 실패"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시리아 내전을 거론하며 "'이슬람 국가'(IS)와 같은 무장 세력에 길을 열어준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내전 초기에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향해 저항했던 반군 세력들을 무장화하는 데 실패했고 그에 따라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힘의 공백'을 채우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집권 1기 국무장관이었던 클린턴 전 장관은 내전 초기 반군을 무장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던 알려졌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번 인터뷰에서 "위대한 국가는 원칙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며 "'멍청한 짓은 하지 말라'(Don't Do Stupid Stuff)는 말은 원칙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DDSS'라는 약칭으로도 불리는 이 언급은 오바마 대통령이 사석에서 자신의 외교독트린을 설명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말로 알려져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이렇게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대권 행보의 또 다른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역대 최저 수준인 40% 초반의 지지율 기록 중인 오바마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위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클린턴 전 장관은 재임 시절부터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 집행자로 역할 했을 뿐 실제로는 다른 외교정책 철학을 갖고 있다고 주변에 말해왔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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