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부형권]파나마 제2운하, 국민설득 비결은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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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명으로 구성된 대국민소통팀… 비용-이익 구체적 수치로 설명
반대세력 공허한 주장 안먹혀

뉴욕=부형권 특파원
뉴욕=부형권 특파원
“한국 정부는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많은 반대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국민을 설득하고 반대파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기자)

“진실을 말하세요.”(위원장)

질문은 길었지만 대답은 간단했다. 파나마운하 개통 100주년(15일)을 맞아 7일(현지 시간) 파나마시티에서 만난 미겔 로드리게스 파나마운하청 감독관위원회 위원장. 그와의 2시간에 걸친 인터뷰는 ‘국민 설득 방법론’으로 귀결됐다. 파나마는 53억 달러(약 5조4600억 원)가 드는 ‘제2운하’를 건설 중이다. 로드리게스 위원장은 2005∼2006년 이 사업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60인의 대국민소통팀’에서도 일했다. 그의 조언에서 몇 가지 특징이 읽혔다.

첫째는 진실이다. 객관적 수치와 구체적 사실로만 접근했다. 그는 “새 사업에 얼마의 비용이 들고, 완공이 되면 얼마의 이익이 있는지를 전문적 분석과 수치로 상세하게 설명했다”며 거짓말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철저한 준비. 그는 “태스크포스 60명은 신뢰를 주는 인터뷰 화법, 프레젠테이션 기법까지 교육받았다”고 말했다. A4용지 500쪽이 넘는 설명 자료가 만들어졌고 3개월마다 업데이트됐다. 그는 “공허한 주장만 하는 반대파 정치인들은 완벽히 준비된 우리를 이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셋째, 분명한 책임감. 대국민소통팀이 운하청 직원만으로 구성된 이유였다. 이들은 1년 넘게 국내외를 누비며 ‘제2운하의 건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이유로 정체불명의 위원회가 등장하는 한국과 대조됐다.

파나마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4∼10%(평균 7%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중남미의 홍콩’으로 불리는 나라다. 그러나 아직은 한국보다 못산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에야 1만 달러를 넘었다.

한국 정부는 그런 ‘작은 나라’ 파나마보다 더 분명한 책임감을 갖고, 철저히 준비해서, 진실만을 말하며 국책사업을 펴 왔는가. 최근 10여 년 새 60∼80층의 초고층 건물이 여기저기 들어선 파나마시티를 떠나며 든 생각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파나마#운하#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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