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反부패 개혁 적통 과시… 덩샤오핑 띄우기로 역풍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8일 03시 00분


中 TV-신문 재조명 움직임 활발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는 8일부터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에 덩샤오핑 관련 특집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22일 탄생 110주년을 앞두고 시작된 ‘역사 전환기의 덩샤오핑’이란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모두 48부작으로 주 5일간 방영된다. 이 드라마는 공산당 중앙문헌연구실과 쓰촨 성 정부 및 CCTV가 공동으로 제작한 것으로 덩샤오핑 시대에 대한 시진핑 정부의 평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최근 덩이 모스크바 유학 시절 남긴 ‘공산당 입당 이유’ 자술서 등 희귀 자료나 1978년 제11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1기 3중전) 비화 등을 소개했다. 신화통신이나 환추(環球)시보 등 다른 관영 매체들도 일제히 관련 글을 내보내고 있다. 자연히 이런 ‘집중 보도’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 주석은 총서기로 취임한 직후인 2012년 12월 첫 지방 시찰지로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과 주하이(珠海) 등을 방문했다. 1992년 덩의 남순강화(南巡講話)와 비슷한 여정이다. 이를 두고 CCTV의 덩샤오핑 특집 드라마가 반부패 개혁에 매진하는 시 주석이 개혁의 적통임을 과시하고 부패 척결에 따르는 역풍을 덩의 후광을 통해 돌파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드라마 첫 회에서는 화궈펑(華國鋒) 전 주석이 등장해 ‘정치 금기’를 깼다. 화 전 주석이 드라마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화 전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당신이 맡으면 내가 마음이 편하다(니辦事 我放心)”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신뢰를 받아 후계자로 지명됐으나 결국 덩에게 밀려났다. 앞으로 후야오방(胡耀邦)과 자오쯔양(趙紫陽) 등 중국에서 언급마저 금기시되었던 인물들도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각 분야 지도층 1만 명 이상에게 드라마를 보게 한 뒤 (CCTV로) 방영됐다. 더이상 민감한 영역으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덩 시대의 부정적 역사의 짐을 덜고 더욱 과감하게 개혁을 추진하려는 것이자 지도부 간 단결도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덩샤오핑 탄생 110주년을 계기로 지금의 반부패 개혁도 실패하면 ‘공산당과 국가가 망한다(亡黨亡國)’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광안=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시진핑#덩샤오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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