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對日정책, 窓 열고… 槍 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1일 03시 00분


8·15 경축사 “韓日 새출발” 이어… 외교부, 동북아 역사 TF 신설
日담당 부서에 국제법 전문가 발탁… 영유권 분쟁 법리다툼 대비
유흥수 신임 駐日대사 임명

유흥수 주일대사
유흥수 주일대사
정부가 일본에 전향적인 한일 관계로 나갈 수 있도록 ‘기회의 창’을 열어두는 한편 과거사와 영유권 분쟁의 법리 다툼에 대비해 응전태세를 보강하는 이중 접근법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수교 50주년이 되는 내년이 한일관계 새 출발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일본 정치권에 제안하며 일본 비난을 자제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는 20일 유흥수 한일친선협회중앙회 이사장(77)을 주일대사로 임명했다. 23일 도쿄(東京)에 부임할 유 대사는 역대 최고령 주일 대사다.

경남 합천 출신인 유 이사장은 행정고시(14회)에 합격해 경찰에 투신한 뒤 치안본부장(현 경찰청장), 충남도지사 등을 거쳤고 부산을 지역구로 12, 14, 15, 16대 의원을 지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 대사는 일본어가 능숙한 데다 일본 조야에 인맥이 매우 넓은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외교부는 최근 일본 담당부서에 국제법 전문가를 대폭 전진 배치하는 등 결전을 대비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외교부는 18일 동북아시아 역사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김정한 한-아세안센터 개발기획총무부장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외무고시 27회인 김 부장은 외교부 국제법률국 조약과장을 거친 국제법 전문가다. 동북아 역사 문제를 총괄할 TF는 특히 일본군 위안부, 독도 영유권 등 일본과의 논쟁에서 법적 뒷받침을 하는 지원부대 역할을 하게 된다.

8월 초 임명된 오진희 일본담당 과장(동북아 1과장)도 국제협약과 조약과 영토해양과 등 국제법률국 산하 대부분의 과(課)를 섭렵한 전문가다. 이런 경력이 여성 최초의 일본과장으로 파격 발탁된 배경이다. 올해 상반기 부임한 정병원 동북아국 심의관도 국제협약과장을 거친 베테랑이다. 지역국인 일본 담당 심의관-TF팀장-과장이 국제법 전문가로 채워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 지일파인 데니스 블레어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9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한국과 일본이 더이상 과거사에 집착하지 말고 고위급 특사 교환을 통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자금을 지원하는 사사카와 평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안호영 주미대사는 “일본이 과거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일 때 한국이 관계개선을 모색할 정치적 공간이 열릴 수 있다”며 “이는 전제조건이 아니라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대일관계#외교부#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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