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에서 16년간 미성년자 1400명 성착취, 이럴 수가…

  • 동아닷컴
  • 입력 2014년 8월 28일 09시 02분


영국 잉글랜드 북부 로더럼 시에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미성년자 최소 1400명이 성적 학대를 받았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26일 공개됐다.

인구 약 25만 명의 이 도시에서 어리게는 11세 아동까지 성폭행, 인신매매 등의 피해자였으며 지역 당국은 이를 알고도 수수방관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26일 BBC,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일부 피해 아동의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신고하면 몸에 불이 붙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일부 아동에게는 성폭행 장면을 지켜보도록 만든 뒤 피해 사실을 발설하면 똑같이 당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전체 사건 중 1/3 이상은 아동보호기관이 피해 사실을 인지했지만 경찰과 지역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 작성자인 알렉시스 제이 교수 | 사진=BBC 영상 캡처
보고서 작성자인 알렉시스 제이 교수 | 사진=BBC 영상 캡처
보고서가 발표된 지 몇 시간 만에 로더럼 의회 의장이 사임했다.

2003년부터 로더럼 의회 의장을 맡아온 로저 스톤은 “의장으로서 의회를 대표해 보고서에 명백하게 적시된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해자 대부분은 남아시아계 성인 남성으로 확인됐다. 반면 대부분의 피해자는 백인 소녀들이다. 이에 일부 당국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면 인종 차별이라는 비난을 받을까봐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파키스탄 남성이 범죄에 취약한 백인 소녀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정치적으로 불편한 진실’을 당국자들이 못 본 체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알렉시스 제이 교수는 대부분 소외 계층 출신인 피해 소녀들이 성인 남성들에게 잔인무도하게 학대를 받았다고 명시했다.

제이 교수는 보고서에서 “피해자들은 가해자 여러 명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잉글랜드 북부의 다른 도시들로 납치됐으며 두들겨 맞고 협박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그는 사회복지사들이 로더럼 시의 아동 성 착취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해도 경찰과 관련 당국은 이를 묵과했으며 피해자들을 “멸시의 눈초리로 바라봤다”고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앞서 2002~2006년 로더럼 시의 아동 성범죄에 관한 보고서가 3차례 발행됐지만 모두 무시됐다고 제이 교수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일부 당국자들이 상관으로부터 가해자의 인종적 배경에 대한 정보를 숨기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그 결과 10대들을 납치하고 성적으로 학대하는 범죄 조직을 찾아내는 데 있어 파키스탄 지역 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김수경 동아닷컴 기자 cvg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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